이스라엘의 동지와 하지에 피는 꽃
이스라엘의 일년 주기를 나누는 두 가지 절기가 있는데, ‘투베아브’와 ‘투베슈밧’이다. ‘투’라는 것은 15를 의미하는데, 이는 각각 아브월 15일과 슈밧월 15일을 의미한다. 아브월과 슈밧월은 유대달력의 이름인데, 아브월은 8월경에, 슈밧월은 2월경에 각각 해당한다. 두개의 절기는 한국의 하지와 동지에 해당하는데, ‘동지’를 지나면서 해가 점점 길어지고, ‘하지’를 지나면서 해가 점점 짧아지는 것처럼, 이스라엘에서는 ‘투베아브’를 지나면서 해가 점점 짧아지고, ‘투베슈밧’을 지나면서 해가 점점 길어진다.
투베슈밧과 이스라엘 들판의 변화
투베슈밧을 지나면서 이스라엘은 낮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여름이 가까워짐을 느낀다. 또한 들판의 꽃들은 붉은 꽃들이 만발한다. 유대교 신비주의인 카발라주의자들은 투벳슈밧 전야에 4잔의 포도주를 마시는데, 이는 백포도주에서 점점 적포도주로 바뀐다. 슈밧월의 전달인 테벳월(1월경)에 이스라엘을 여행해 본 사람이면 이스라엘의 나무들이 대부분 잎이 떨어지고 유독 하얗게 보이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후 슈밧월을 지나면서 이스라엘의 자연은 흰색에서 붉은색으로 그리고 점차 자색으로 변화한다.
스가랴서 본문은 황폐화된 죽음의 정적으로 묘사된 겨울 동면기의 이스라엘 자연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또한 흰말, 붉은 말, 자색말은 슈밧월을 기준으로 점차 변화해가는 이스라엘의 자연과 들판을 묘사한 것이다. 화석류 사이에 선 하나님의 사자는 불멸을 상징하는 화석류와 하나님의 이미지를 연결시킨 것이다.
투베아브와 실로의 포도원 축제
투베아브가 지나면서 태양빛은 점차 약해지면서 낮 시간이 짧아지고 우기가 가까워옴을 느낀다. 아울러 이스라엘의 들판은 흰색의 꽃들이 만발한다. 습도가 증가하면서 나무의 껍질에는 해충이 만연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는 밀과 보리의 추수를 끝낸지 오래이고 본격적인 여름 실과를 따기 전의 농한기이다.
성서시대에 이스라엘의 젊은 남녀들은 투베아브에 포도원과 올리브 과수원에서 ‘남녀 짝짓기’가 이뤄졌다. 여자들은 흰옷을 입고 포도원에 모이고 우리나라의 강강수월래와 같이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면서 춤을 춘다. 이때 남자들이 찾아오고 선남선녀들의 짝짓기가 이뤄지는 것이다. 특별히 사사시대 이스라엘의 성막이 있던 실로에서의 포도원 축제는 무척 유명했다. 대부분 각 지파내에서 결혼이 이뤄지던 것과는 달리 이스라엘의 중앙 성소인 실로의 축제에는 열두 지파에서 온 선남선녀들이 다 모였고, 예외적으로 지파의 경계를 벗어나 마음에 드는 짝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날이었던 것이다.
에브라임의 첩 사건이 빌미가 되어 이스라엘은 내전으로 치닫고 결국 베냐민 지파는 600명만 남기고 전멸하게 되었다. 이때 열한 지파는 600명의 베냐민 남자들을 위해 400명을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길르앗 야베스 처녀로 충당하고 나머지 200명은 실로의 포도원 축제에 찾아온 여자들을 ‘처녀보쌈’(?)함으로써 채웠던 것이다.
투베아브가 지나면서 피는 꽃
이슬꽃
투베아브가 시작되면서 이스라엘 산천에 동시다발적으로 피는 꽃이 있다. 이 꽃은 히브리어로 ‘하짜브’라고 한다. 산지와 계곡, 그리고 평야 등 작지만 지형적인 다양성이 많은 이스라엘 전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피는 꽃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 이는 각 지형마다 날씨와 온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짜브는 투베아브가 시작되면서 전 이스라엘에 동시적으로 만발하는데, 이는 투베아브와 함께 이스라엘에 이슬이 많이 내리고 습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슬과 습기가 하짜브의 만발을 초래하기 때문에 하짜브를 ‘이슬꽃’(dew stalk) 또는 ‘습기꽃’(moisture stalk)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샤론의 꽃
이 시기에 서부 해안평야, 그중에서도 중앙에 위치한 ‘샤론평야’에서 피는 꽃이 있다. 이 꽃이 찬송가에 ‘샤론의 꽃’(white sand lily)으로 등장하는 꽃이다. 히브리어로 ‘하바쨀레트 하샤론’이라고 하는 이 꽃이 아가서에 나오는 ‘샤론의 수선화’이기도 하다.
골짜기의 백합화
또한 히브리어로 ‘나르키스’로 불리는 꽃이 있는데, 이 꽃은 골짜기의 백합화로 성경에 등장한다. 또한 히브리어로 ‘호아흐’로 불리는 가시나무 사이에 주로 자라기 때문에 가시나무와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수전절의 촛대
우리에게 크리스마스 명절에 해당하는 유대인의 절기 중에 수전절이라는 절기가 있다. 이때는 시리아의 안티오커스 4세가 더럽힌 성전을 다시 회복하고 하나님께 봉헌한 날이므로 ‘성전봉헌절’로 불리기도 한다. 히브리어로 ‘하누카’로 불리는 수전절을 예수님도 지켰고 이때에 맞추어서 성전에 오셨다. 하누카 즈음에 꽃가루의 보호를 위해 꽃잎을 모으고 있는 꽃이 Crocus인데, 이 꽃은 하누카 때 피우는 하누카 촛대의 모양과 무척이나 흡사하다.
광야의 음료수
다윗은 광야에서 어떻게 물 문제를 해결했을까? 광야를 지나는 나그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다. 사울을 피해 유다 광야를 피해 다니던 다윗과 그의 추종자 600여명이 광야에서 맞부디친 최대의 위기는 다름아닌 물 문제였다. 광야의 도망자였던 다윗과 그의 추종자들이 마셨을 물에 대해서 많은 식물학자들이 재미있는 의견을 제시했다.
광야를 지나다 보면 곳곳에 고인 물들을 발견하는데, 이 물들을 그냥 마셨다가는 배탈로 고생하기 십상이다. 간혹 급성장염으로 탈수에 빠져 수분 보충을 할 수 없는 광야에서 자칫 운명을 달리할 수도 있다. 광야에서 만나는 고인 물들은 각종 유기물 번식으로 마실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aster tea라는 식물을 넣어서 끓여 먹으면 유기물로 인한 배탈을 막을 수 있다. 이런 식물들은 광야를 오랫동안 여행한 사람들만이 아는 노하우일 것이다.
또한 white squill이라는 식물의 잎에는 광야의 밤을 지나 새벽이 되면 상당히 많은 이슬이 내린다. 이 식물에 내린 이슬을 받으면 족히 한 컵 분량의 신선한 음료수가 된다. 광야를 헤매던 다윗과 그의 추종자들은 아마도 이 식물에 내린 이슬을 받아 먹었을 것이다. 또한 aster tea를 넣어 광야의 수많은 고인 물들을 끓여 먹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