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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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4-17 19:10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속의 가치


겉으로 돌아가는 세상은 때로 너무 화려하고 영광스럽게까지 보인다. 생활에 필요 없는 것들은 결국 매립장이나 폐기장으로 버려지게 된다. 속 빈 강정이란 말이 있다. 실속 없이 겉만 그럴듯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먼저 주의하여 집중하고 싶은 것은 겉과 속의 이분법의 논리다. 이 이분법은 겉은 무가치하고 속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흑백논리다. 이 글은 이와 같은 흑백적인 가치를 주장하려는 것이 결코 아님을 먼저 밝히고 싶다. 오히려 속을 간파하여 파악하는 것이 겉을 단순하게 보고 속단하는 것보다 더 지혜로운 것이 아닌가를 생각하고자 함이다. 이 ‘속’보다 더 포괄적이고 근원적인 것은 ‘안’이다. 그래서 주 안에 있다는 확증을 가진 이는 다른 근심이 없음을 찬송한다. 세속적인 문화는 대개 겉에 큰 비중을 둔다. 몸이 망가지는 줄 모르고 겉을 속보다 더 추구하고 매달려 그것으로 인하여 더 큰 아픔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문제는 몸소 경험하고 터득한 든든한 지식을 확고하게 가지지 못하면 누구나 쉽게 휘말려 들기 쉬운 것이다. 사람이 진정으로 성숙하고 익어간다는 의미는 겉은 후패하여도 속이 더욱 새로워진다는 것과 같은 차원일 것이다. 여기서 속의 가치를 정신적인 면과 신체적인 면으로 나누고 분석해 보고자 한다.

먼저, 속의 정신적인 가치다. 속의 정신적인 측면은 말이 마음의 겉이 되는 것을 가리킨다. 물론 마음이 표현되는 통로는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말인 셈이다. 말을 통해 속마음을 볼 수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말은 속이 쉽게 잘 표현되는 마음의 길과 같은 것이다. 말을 뱉으면 담지 못한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말은 ‘말’의 중요성과 그 신중성을 요구하는 것이고, 말 자체가 힘을 지닌 것은 아니다. 말의 힘은 그 생명성인 마음에 있는 것이다. 말을 잘했다고 해서 그것이 말을 잘한 사람에게 근본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상은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체면에 사로잡혀 자기 자랑을 많이 하거나 포장한 말을 잘 다듬어 겉으로 광고하고자 하면 벌써 그것이 그 속을 좀먹고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닌가? 이 말의 깊이와 가치는 시간이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생각하며 되새기게 되는 지혜가 담긴 것이 아니겠는가?

다음은, 속의 신체적인 가치다. 신체에도 속이 있고 겉이 있다. 얼굴의 대명사인 이목구비는 몸의 겉이다. 눈빛으로 ‘속’인 마음이 드러난다고 하지 않는가? 몸의 겉으로서 대표적인 것이 피부다. 오장육부(五臟六腑)는 몸의 속에 있다. 실제로 오장의 명칭으로 속을 표현한다. 심간(心肝)이나 폐부(肺腑)와 같은 것들이다. 몸의 속이 아프고 배가 아픈 경우가 있다. 이러한 때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원인 발견이나 지점 확인이 쉽지 않다. 몸 밖의 상처나 탈은 쉽게 확인하여 정확하게 치료할 수 있다. 이처럼 신체적인 측면에서도 겉에 있는 것보다 속에 있는 것이 얼마나 더 중요한가? 암(癌)의 의미는 속병이다. 물론 암도 몸 밖에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암은 근본적으로 속에서 출발하여 나온다는 것이다. 속 곧 마음이나 정신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 않게 몸속에서 뇌(腦)나 오장육부도 요긴하게 움직이고 있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근호 목사 (논설위원, 중어중문학박사)
이메일 : yan8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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