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8월 08일 (토) 

> 오피니언 > 시론 > 종교개혁 정신의 원형찾기 XXXVI
기사공유 작성일 : 20-06-30 19:47  글자크기 크게글자크기 작게 기사 출력하기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성도의 재산가치론 1
1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어떤 부자에게 청지기가 있는데 그가 주인의 소유를 허비한다는 말이 그 주인에게 들린지라 2 주인이 (……) 네 보던 일을 셈하라 청지기 사무를 계속하지 못하리라 하니 3 청지기가 (……) 주인이 내 직분을 빼앗으니 내가 무엇을 할꼬 땅을 파자니 힘이 없고 빌어 먹자니 부끄럽구나 4 내가 할 일을 알았도다 이렇게 하면 직분을 빼앗긴 후에 저희가 나를 자기 집으로 영접하리라 하고 5 주인에게 빚진 자를 낱낱이 불러다가 먼저 온 자에게 이르되 네가 내 주인에게 얼마나 졌느뇨 6 (……) 기름 백 말이니이다 여기 (……) 오십이라 쓰라 7 (……) 너는 얼마나 졌느뇨 가로되 밀 백 석이니이다 (……) 팔십이라 쓰라 하였는지라 8 주인이 옳지 않은 청지기가 일을 지혜 있게 하였으므로 칭찬하였으니 이 세대의 아들들이 자기 시대에 있어서는 빛의 아들들보다 더 지혜로움이니라 9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 그리하면 없어질 때에 저희가 영원한 처소로 너희를 영접하리라(눅 16:1-9)

인용한 본문에 나타난 예수님의 가르침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말은 인간의 보편적 판단으로 의미를 해석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예수님의 가르침이 전적으로 여호와 하나님의 계시 진리를 전달하는 말씀임을 감안하면 해석의 난맥상이 발생한다는 점은 본문의 문법적 해석부터 신중한 읽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서 주제를 형성하는 맥락의 요점들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우선 본문을 따라가 보자. 그리고 종교개혁의 원동력이었던 성경권위 곧 ‘말씀의 운동력’(히 4:12)에 의존하여 ‘성도의 재산가치론’이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예수께서 어떤 부자의 청지기(oikonomos) 비유를 말씀하신다. 비유에 등장하는 부자의 재산 관리자인 청지기는 등장할 때부터 질이 좋지 않은 종으로 소개한다. 청지기가 주인의 재산을 허비한다는 사실을 알고 주인이 회계 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모든 재산 관리 상황을 점검하고 청지기 사무를 더 이상 시키지 않겠다는 것이 주인의 의사(意思)였다. 고민에 빠진 질이 좋지 않은 이 청지기는 주인에게 쫓겨난 이후 자신의 처지를 고민한다. 그러면서 살아남기 위한 꼼수를 계획한다. 정말로 저질 청지기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주인의 재산에 대한 2차 손실을 야기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주인에게 빚진 자의 액수를 청지기 임의로 줄여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청지기에게 신세 진 자들이 내어 쫓긴 자신을 버리지 않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보면 청지기는 자신의 본래 신분을 완전히 망각하고 모든 것을 오직 살아남을 궁리만 하는 정말로 나쁜 종놈이다. 주인의 시각에서 보면 거듭거듭 주인을 속이고 주인의 재산에 손실을 끼치는 반드시 중벌을 받아야 할 놈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러한 나쁜 종놈인 청지기에 대해 놀라운 반전 해석을 하신다. 반전이 일어난다는 것은 일반적 예상을 뒤바꿔 버린다는 뜻이며 이는 예수님이 드신 이 비유의 분명한 의도가 있다는 사실을 예측게 한다. 8절에 보면 예수께서 이 비유에 나타난 불의한 종에 대해 이렇게 해석하신다. 청지기의 일 처리를 우선 ‘지혜 있는 판단’으로 칭찬하며 “이 세대의 아들들이 자기 시대에 있어서는 빛의 아들들보다 더 지혜로움이니라”고 풀어주신다.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우선, ‘빛의 아들들’은 이 땅에 육신의 몸으로 오신 메시아를 배척하면서도 빛 되신 하나님의 자녀라고 자칭하는 아브라함의 후손인 유대인들을 통칭한다. 반면 ‘이 세대의 아들들’이란 이방인들을 포함한 비유대인은 물론이고 유대인 중에서도 죄인 취급 받는 세리, 창녀 등을 통칭한다. 예수께서는 청지기가 주인의 재물을 사용하여 자신의 미래를 위해 친구를 사귀어 보험을 들어놓는 일 처리를 칭찬하시면서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 그리하면 없어질 때에 저희가 영원한 처소로 너희를 영접하리라”(9절)라고 교훈을 하신다. 주인의 재물을 함부로 사용하기 때문에 불의의 재물이지만 그것으로 ‘친구’를 사귀라고 하신다. ‘그리하면’은 ‘~하기 위해’로 해석할 수 있는 단어다. 그렇다면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이유는 그 친구들이 더 이상 쫓겨나지 않을 ‘영원한 곳’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예수님의 설명은 의도하신 바가 분명하기 때문에 상식 논리에서 풀 수 없는 비약을 감행하시면서 교훈하시는 것으로 보인다. 불의의 재물이란 세상의 주인인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 속한 자들에게 주신 재산을 통칭하는 것으로 본다면, 영원한 처소란 바로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가 될 것이다. 세상에 속하여 불의한 재물이지만 더 이상 불의한 재물이 아닌 것으로 그 질적 변화가 발생하는데, 이는 세상에 속한 불의한 재물을 가지고 영원한 천국으로 인도할 친구, 영원한 천국을 소개해줄 친구를 사귀는 것이 지혜로운 판단이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주인인 하나님의 재물을 함부로 사용하는 청지기는 사악한 자가 아니라 영원한 천국에 들어가고자 재물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슬기로운 자가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학적 해석으로 신앙에 접근해 보자. 하나님께서 성도들에게 주신 모든 재산은 불의한 세상에서 모두 불의한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명의로 되어있는 재산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한다. 기도할 때는 분명 하나님이 유일한 우주 만물의 소유주라고 기도하지만 내 것은 어디까지나 내 것이다. 이렇게 불손하고 불의한 발상과 사리사욕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자들이 바로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신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께서는 그러한 불의의 재산으로 영원하신 하나님의 나라로 인도하는 자들과 사귀고 교제하고 동역하는 것이 의롭고 정당한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성도들의 재산 가치는, 어떤 체제하의 분배 방식을 따르든, 전적으로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향하도록 하는 데 사용할 때 세상을 초월하는 신령한 가치가 있다. 재산상의 이해득실은 인간 욕심의 논리가 지배할 뿐이다. 하나님께서는 돈 때문에 치사하고 구차하고 더럽고 개에게 던져도 물어가지 않지만, 목숨 걸고 지키고자 하는 불의의 재물을 자신의 택한 백성들에게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향하는 데 긴요한 도구로 일시 허락해주셨다. 때로는 돈 때문에 기쁘기도 하지만 때로는 돈 때문에 비참해지기도 한다. 때로는 돈 때문에 교회를 사리사욕의 수단으로 삼는가 하면 때로는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위해 모두 연보하기도 한다. 분명한 사실은 세상의 이러한 불의한 재물들은 그것이 하나님을 배우고 깨닫고 나아가 주님의 몸 된 교회와 지체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될 때 절대적 가치로 질적인 도약이 일어난다. 하지만 영원한 하나님 나라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불의의 재물은 모두 저주와 심판과 패망의 길로 빠져드는 악한 도구일 뿐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영원한 처소(處所),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이 세상에 속한 재물인 불의한 재물이 아무리 미미(微微)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충성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며, 세상의 불의한 재물로 영원한 하나님 나라로 영접하는 자를 위해 사용할 것을 강조하신다. 하나님이 맡겨주신 것을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용하지 않는 자에게는 이미 그 소유는 영원한 생명과는 무관하다. 재물은 오직 영원한 나라와 주인인 하나님을 섬기는 데 목적이 있다.

10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 지극히 작은 것에 불의한 자는 큰 것에도 불의하니라 11 너희가 만일 불의한 재물에 충성치 아니하면 누가 참된 것으로 너희에게 맡기겠느냐 12 너희가 만일 남의 것에 충성치 아니하면 누가 너희의 것을 너희에게 주겠느냐 13 집 하인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나니 (……)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느니라(눅 1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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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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