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08일 (일) 

> 학술 > 철학 > 종교개혁 500주년 특집: 로고스의 운동력과 소피아의 대이동
기사공유 작성일 : 19-10-29 19:32  글자크기 크게글자크기 작게 기사 출력하기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스물 둘. 종교개혁 이후 세속 정치에 대한 이해 <2>
1 너는 저희로 하여금 정사와 권세잡은 자들에게 복종하며 순종하며 모든 선한 일 행하기를 예비하게 하며 2 아무도 훼방하지 말며 다투지 말며 관용하며 범사에 온유함을 모든 사람에게 나타낼 것을 기억하게 하라 (딛 3:1∼2)


앞 성경 본문은 바울 사도가 그레데(크레타) 섬에 믿음의 아들 디도를 보내고 그에게 국가 권력이 무엇이며 어떻게 대하여야 하는지 그 정황을 배경으로 설명한 내용이다. 정사(政事)는 세속의 권력 즉 그레데 섬을 지배하는 당시 지배 세력이었던 로마제국이었으며 디도가 복음을 전하던 그레데는 로마제국이 속주(屬州) 그레데에 파견한 통치자가 지배권을 행사하던 상황이었다. 본문의 정황으로 보면 그곳 사람들은 섬 통치권자들과 갈등과 대립 관계에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바울 사도는 그동안 이방지역 전도 여행에서 함께 했던 디도를 그곳에 홀로 남겨 놓았던 것이다. 디도서 1장 12절에 보면 그곳 사람들에 대해 “항상 거짓말장이며 악한 짐승이며 배만 위하는 게으름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자들 속에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의 몸 된 교회를 세우도록 하셨으며 바울 사도로 하여금 이제 거짓말쟁이 소굴에 세워진 교회에 디도를 홀로 남겨두게 하시고 바울 사도는 다시 로마제국의 감옥에 갇힌 상황으로 보인다. 그리고 바울 사도는 이 편지를 보내 디도를 통해 복음 진리에 충실한 장로들을 세우도록 권면하며 거짓 진리에 맞서 싸우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일러주면서 이단에 대한 단호한 척결을 부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의 본문은 바울 사도 자신을 감옥에서 감금하고 있고 얼마 후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로마제국 황제의 재판을 기다리면서 디도를 비롯한 그레데 섬에 사는 성도들에게 로마제국의 통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인간적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진리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자신을 감옥에 감금하고 곧이어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국가 권력에 대해 보혜사 성령께서 바울 사도에게 이렇게 대하여야 함을 깨닫게 하신다. 그 국가 권력은 ‘모든 선한 일을 행하기를 준비하게 하라’고 일러준다. 당시 지배 권력자는 강자이고 디도를 비롯한 성도들은 나약한 피지배자일 뿐이다. 그런데 성경은 지배자들에게 나약한 피지배자인 성도들이 오히려 복종하고 순종하라고 하며, 그것이 하나님이 정하신 모든 선한 일을 행하게 하기 위한 준비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3장 2절은 더욱 구체적으로 당부하고 있다. 지배자들의 통치에 대해 누구도 훼방하지 말라고 하며 그들과 다투지 말고 지배자들을 이해하고 관용을 베풀며 적대시하지 말고 온유하게 대하라고 한다. 인간적 상식으로 볼 때 이해와 관용과 포용은 약자가 강자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강자가 약자에게 먼저 베푸는 것이 국가의 공적 윤리의 상식이다. 그런데 바울 사도는 그렇게 전하지 않는다. 바울 사도 자신을 감옥에 감금하고 목숨을 앗아갈 세력이 바울에게 관용을 베푼다고 해야 말이 되는 것이지, 수감자 바울이 로마제국에 관용을 베푼다는 말은 일견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본문은 이 세상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본문이 된다. 보혜사 성령께서는 바울 사도를 통해 매우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하며 그것을 홀로 섬에 남겨둔 후배 동역자 디도에게 그 진리를 전하게 하고 있다. ‘국가 권력이 어떻게 백성에 대해 저렇게 폭력적이고 억압적인가?’라고 물으면 답할 수 없다. 다른 방식으로 질문을 다시 해야만 이 질문을 풀린다. ‘만왕의 왕 만주의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왜 하나님 나라 속에 세속 국가를 세워서 섭리하시는가?’라고 물음을 던지고 성경에서 그 답을 찾아야만 한다. 바울 사도는 자신의 몸을 감금하여 통제하고 자신의 목숨까지 로마제국이 관리하는 것은 표면적이라고 한다. 이면적이고 본질적인 것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국가 곧 하나님 나라이다.

그런 점에서 바울에게든 그레데 섬에 남겨둔 디도와 그 지체들에게든 주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 원리는 동일하다. 그리고 이 통치원리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하나님 나라를 피조세계에 드러내어 하나님의 살아계신 분명한 증거를 보여주기 위해 세속국가를 도구로 사용하신다. 그렇기 때문에 보혜사 성령께서는 바울 사도로 하여금 로마제국의 강한 통치권력에 비하면 나약하기 이를 데 없는 그레데 교회 성도들에게 ‘모든 선한 일을 행하도록 예비하라’고 당부하는 것이다. 물론 이 명령의 수행하는 능력도 성령의 사역임이 틀림없다. 성도들이 자기 마음만 순간 고쳐먹는다고 폭압적인 국가 권력을 결코 용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울의 부탁은 바울의 말이 아니라 보혜사 성령께서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지체들로 하여금 그 시대마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지배권력을 보면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더욱더 분명하게 깨닫도록 기억나게 하는 방편과 수단으로 사용하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다.
우리는 지금 16세기 서구 유럽에 종교개혁을 일어나게 했던 하나님 말씀의 소피아(지혜)가 어떻게 이곳 아시아와 한국교회까지 이동하는지 그 과정을 살피고 있다. 그런데 종교개혁 이후 근대와 현대에서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볼 때 ‘국가란 도대체 무엇인가’하는 중요한 문제를 취급하기 위해 디도서의 본문을 조금 상세하게 살피고 있다. 종교개혁 이후 서구 유럽은 매우 처참한 전쟁의 시대를 보낸다. 특히 주님의 몸 된 교회와 성도가 겪는 피해와 고통은 여호와 하나님께서 과연 살아계셔서 정말로 교회를 보호하고 계시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수없이 던지게 하는 사건들이 속출한다. 하지만 우리는 앞의 디도서 본문에서 주님의 몸 된 교회는 세속국가에게 ‘속절없이 당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 몸은 세속국가가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곳에 보혜사 성령께서 함께하셔서 하나님 나라의 확장과 하나님의 존재하심이 분명함을 깨닫게 하시면 오히려 교회와 성도들이 세상 권력을 통해 하나님의 ‘선한 일’을 준비되고 있다는 하늘에 속한 지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확고한 하나님 중심의 국가관을 가지고 앞으로 근대와 현대국가에서 드러나는 ‘말씀의 운동력’과 ‘소피아(지혜)’의 대이동을 살필 것이다.


<184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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