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8월 08일 (토) 

> 학술 > 철학 > 성경신학으로 보는 니체 평설 〈11〉
기사공유 작성일 : 20-06-11 19:29  글자크기 크게글자크기 작게 기사 출력하기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플라톤 이데아론의 한계와 허구
형상을 사랑하는 자들은 생성과 존재를 구분하여 생성에는 감각을 통하여, 존재에는 이성적 추리를 통하여 관여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부동의 이데아들만을 오로지 참인 실체로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 이에 반해 형상들에 대해 (……) 움직임과 생명을 주장합니다. 즉 이데아는 인식된다. 그런데 인식이란 ‘행위Tun’이고, 인식되는 것이란 ‘겪음Leiden’이다. 그러나 그러한 겪음은 운동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데아는 겪음이므로 역시 동적이어야 한다. 이데아에는 생명과 영혼과 정신이 있다. [플라톤은 이때 윤리적 관계들의 이데아뿐만 아니라 자연적인 사물들,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침대, 잔)의 이데아에 대해서조차 이를 주장합니다.] (……) 우리는 오히려 (……) 경직된 개념의 세계와 생동하는 이데아의 세계의 대립을 인식합니다.

앞의 긴 인용은 니체의 플라톤에 대한 평가다.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이 무엇인지 밝힌 내용이다. 플라톤은 스승 소크라테스가 모함자들에 의해 독배(毒杯)를 마시고 세상을 떠난 후 지중해 주위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여러 철학자들을 만나 수학(修學)한다. 니체가 스위스 바젤대학 고전문학 교수로 부임했던 비슷한 나이에 플라톤은 13년 동안(85쪽) 여행을 하면서 당대 풍미하던 이데아 사상(형상론, 形相論)을 경험한다. 그에게 여행은 이데아 사상을 섭렵해 가는 배움의 길이었다. 이러한 이데아 사상의 대표적 내용이 앞의 인용이다. 중요한 점은 이데아 사상이 단지 관념론이 아니라 움직임과 생명의 요소도 지배한다는 것이다. 이데아는 현실을 초월한 것이 아니라 삶의 실제에서 나타나는 생명과 영혼과 정신의 종합이어야 한다. 그런데 니체의 분석에 보면 이데아의 정점은 결국 인간의 도덕적 인격의 완성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게 완성된 인간의 도덕적 품위와 양심이 실제적 삶까지 지배하고자 하는 사상, 이것을 플라톤은 스승 소크라테스의 의연(毅然)한 죽음에서 삶의 숭고한 모델로 승화시켰던 것이다.

이러한 이데아론을 바탕으로 플라톤은 서구 지성의 요람이라는 ‘아카데미’를 설립한다. 니체는 플라톤 아카데미의 성격을 “피타고라스 결사(結社)의 플라톤적 모방”(86쪽)으로 규정한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피타고라스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수학 특히 기하학의 깊이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의 초석이다. 그리고 플라톤은 아카데미의 가르침이 곧바로 정치 개혁으로 이어지길 원했다. 한때 시칠리아 여행에서 만난 통치자 디오니시오스를 통해 이를 실현하고자 욕심을 낸 적도 있다. 이 통치자에게 플라톤은 “자신의 국가 이념을 마치 하나의 고유한 철학적 삶의 방식에 관한 것처럼 표명”했다. 여기서 국가의 통치자는 철학자이어야 한다는 실험을 한 셈이다. 하지만 플라톤은 자신이 꿈꾸던 철학자 정치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디오니시오스를 통해 절감했을 뿐이다. 목숨만 겨우 부지하여 섬을 빠져나온 플라톤은 철학자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누가 아닌 바로 “자신에 대한 절대적(무조건의) 믿음”(97쪽)임을 더욱 확신한다.

이러한 확고한 심증을 가지고 구성한 이데아론은 창조적인 것이 아니라 종합적이다. 생성의 원리를 주장한 헤라클레이토스, 불변의 존재에 대한 수학적 확증을 시도한 피타고라스학파, 그리고 숭고한 도덕의 모델인 위대한 스승 소크라테스를 종합한 것이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이다. 플라톤 “그의 철학적 가르침에서 감각적 인식은 헤라클레이토스에 의해, 사고를 통한 인식은 피타고라스에 의해, 그리고 실제적·정치적 인식(즉 윤리)은 소크라테스에 의해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85쪽) 그 이데아 사상은 앞의 세 스승에게 연원을 둔다. 니체의 평가에 의하면 플라톤의 종합 방식은 헤라클레이토스의 감각적 세계 인식을 소크라테스의 참지식(episteme)에 포함시킨 것이다. 그런데 억지로 포함시킬 수는 없을 터, 피타고라스학파의 이론을 사용하여 최종적으로 종합한다. 결국 감각적 육체와 합리적 이성을 소크라테스적 선(善) 즉 ‘도덕적 양심’ 속으로 흡수한다. 이렇게 종합적으로 수립된 이데아 사상은 서양 사상의 뿌리가 되었으며 향후 서양에 전파된 기독교 진리와는 그때부터 아직도 끝나지 않은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니체는 이데아론에 대한 심리적 평가를 내린다. 플라톤의 이러한 성향을 ‘명예를 사랑하는 자’들이 갖는 배타적 숭고함이라고 비판한다. 천재적 재능을 가진 자들에게 가장 해로운 것이 바로 명예에 사로잡혀 타인을 부정하는 성향이다. 그런데 이러한 배타적 독자성이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바로 예술 영역에 대한 배척이다. 그래서 플라톤은 자기 이전의 고대 그리스의 문호 호메로스의 활동에 대적자가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이데아론은 더욱 “비밀에 찬 신비주의적 어떤 것”(97쪽)으로 만든다고 니체는 비판한다. 예술가적 재능을 퇴보시키는 것, 이것이 니체가 본 이데아론의 가장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니체는 향후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토대부터 전복(顚覆)하면서 자신의 철학(허무주의의 철학, 생성의 철학)을 수립한다.

우리는 니체의 플라톤 비판을 통해 이데아론의 허구를 비판하고 나아가 니체의 철학에 대해서도 비판하며 성경이 제시하는 현명한 대답을 찾아야 한다. 서구 사상의 뿌리와 그 뿌리에서 자라난 무질서한 서구 사상이 마치 풍성한 과실처럼 보이지만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의 절대진리로 모두 인간중심적이며 비성경적이고 적그리스도적(antichrist)임을 밝혀야 한다.
플라톤 사상이 지중해 철학의 정점에서 기독교 진리를 위협할 때 하나님은 당대 최고 철학자이며 율법학자였던 바울을 그리스도의 품으로 불러들인다. 그리고 그의 서신서 작성을 통해 그리스 신화와 맞서게 하며 플라톤 사상과 대결을 시킨다. 만약 보혜사 성령께서 바울이 사용한 개념 하나하나를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 아래서 융해시키지 않았다면 바울도 한 종교사상가 내지 유대철학자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서간문은 그야말로 사적인 편지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결코 그럴 수는 없다. 그의 고백대로 하나님 말씀의 권위는 성령의 감동하심에 전적으로 귀속된다. 그리고 그의 모든 저술은 서양 사상의 뿌리인 플라톤을 배격하고 나아가 니체의 철학도 붕괴시킬 것이다. 우리는 그 길을 니체의 심중에 들어가 꼼꼼하게 찾아낼 필요가 있다. 세상 철학의 속임수에 노략질당하지 않기 위해.

6 그러므로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를 주로 받았으니 그 안에서 행하되 7 그 안에 뿌리를 박으며 세움을 입어 교훈을 받은 대로 믿음에 굳게 서서 감사함을 넘치게 하라 8 누가 철학과 헛된 속임수로 너희를 노략할까 주의하라 이것이 사람의 유전과 세상의 초등 학문을 좇음이요 그리스도를 좇음이 아니니라 (골 2:6〜8)

<193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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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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