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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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2-28 21:06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개혁자 마틴 루터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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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16세기 종교개혁 하면 독일의 개혁자 마틴 루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한국의 크리스천들에게 가장 친숙한 개혁자는 존 칼빈인듯하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 루터 교회가 장로교회보다 교회 숫자와 성도 수가 그만큼 많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나는 종교개혁을 공부하면서 루터에게 많은 학문의 빚을 졌고, 루터에 대하여 책을 많이 보지 못해 미안하다. 그렇다고 칼빈도 잘 알지도 못하여 누군가에게 칼빈에 대해 별로 말할 것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종교개혁사만큼 공부할 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가 있을까 하는 데는 조금의 미련도 없다. 나는 종교개혁은 기독교 학문 중에 가장 매력적인 학문의 분야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번 신문에서는 루터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 루터 연구에 대한 책도 많고 연구자도 많다. 나는 학교에서 종교개혁사를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칼빈보다 의도적으로 루터 강의를 자주 한다. 그때마다 소개하는 루터 연구 전문 학자가 있다. 그는 예일대 교회사가인 베인톤 교수이다. 베인톤은 자신의 저서(내가 여기 있나이다, Here I Stand)를 통해 역사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것이 정치 사회 경제보다도 종교라고 하였다. 즉 종교가 인간 행위의 가장 근본적인 근거가 된다고 하였다. 그의 루터에 대한 저서, ‘내가 여기 있나이다’는 보름스(Worms)의회에서 루터가 로마 가톨릭교회를 비판하면서 자신의 종교적인 입장을 표명한 유명한 말인데, 루터는 여기서 내 양심은 하나님의 말씀에 사로잡혀 있다고 고백하였다. 이는 말씀과 양심이 루터의 삶의 기준이라는 것이며, 이 이유 때문에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라는 가톨릭의 회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걸 생각하면 스스로 나는 자책이 된다. 크리스천에게는 자신의 주장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믿음을 가지면 하나님이 쉽게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기분과 방법대로 하나님을 보기를 원한다. 그런데 루터는 우리에게 영적인 안목과 눈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루터는 역사적 사건들을 신앙의 눈으로 볼 때 분명해진다고 하였다. 루터는 하나님의 행위가 감추어진 의미를 지닌다고 하면서, 하나님을 역사 속에서 숨어계시는 분으로 보고 있다. 하나님의 활동에 대한 숨겨진 의미는 루터의 역사관에서 중요한데, 루터는 하나님을 숨겨진(hidden) 하나님과 계시된(revealed) 하나님으로 구별하여 설명한다. 하나님은 역사에서 숨겨져 있지만, 피조물을 통해 계시됨을 주지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믿음과 신앙의 눈으로 역사를 보는 것이 필요하다. 루터에 의하면, 하나님은 십자가에 감추어진 하나님이시며, 이 십자가 안에서 우리가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신앙의 길을 걷는 데 영적인 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말이다.

루터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말은, 어려운 말이지만 쟁송(anfechtung, 믿음의 시련)이다. 베인톤에 의하면, 이 쟁송은 “사람의 정신을 좀먹는 모든 의심, 혼란, 비통, 전율, 돌연한 공포, 자포자기, 처량함, 그리고 절망”이다. 이 절망이 전적으로 루터의 정신에 침투했을 뿐 아니라 구원의 확신을 갈구하는 루터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요소라고 베인톤은 주장하였다. 루터의 이 ‘쟁송’의 경험은 루터의 생애에 전환점이 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절망감에 처해있던 루터가 이신칭의를 깨닫고 나서, 루터에게 ‘믿음의 시련’은 하나님에 대한 건전한 경외가 되었고, 이 시련으로 진정한 의로움을 알게 되었다. 루터는 [탁상담론](Table Talk)에서 고백하기를, “만일 조금만 더 살 수 없을 뿐더러 하나님의 사랑과 두려움이 무엇임을 전혀 알 수 없다. 쟁송 없이는 영적 삶이 무엇임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루터는 쟁송을 하나님에 대한 건전한 두려움으로 볼 뿐 아니라, 자신을 참된 의의 길로 인도하는 힘으로 보았다. 루터의 깊은 영적 고민과 체험은 바울을 연상하게 한다. 요즘 크리스천은 세상의 일을 두려워하지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 우리에게 하나님 앞에서 갖는 두려움 이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루터의 개혁 사상은 한 독일의 젊은 청년이 하나님 앞에 가졌던 크리스천의 영적 고민이, 그 시대의 독일과 유럽에 어떻게 영향력을 미쳤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루터를 생각하면서 드는 생각을 정리하면, 크리스천의 삶은 기준(말씀과 양심)이 있어야 하고, 크리스천은 이 세상에서 경험하는 절망을 억울한 것이 아니라, 믿음과 은혜의 통로가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 것이며,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 세상을 살면서 믿음의 눈을 가지고 매일 매일 자신의 십자가를 지는 삶이 루터를 통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한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Knox Kwon (신앙과 사회문화연구소 소장, 총신대학교 교수)

가정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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