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한중 문화의 전달자, 스코틀랜드 선교사 존 로스
존 로스(John Ross, 1842-1915)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중국 선교사이지만, 그의 생애와 사상을 검토해 보면 여러 측면에서 한국과 중국의 근대화에 기여한 사람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의 문화 접맥인 로스는 선교사이자 학교를 설립한 교육자이다. 더욱이 로스는 한국과 중국의 문화와 역사를 서술한 저술가였으며 최초로 한국어 성경 번역을 한 성경 번역가였다. 특이한 점은 선교사인 로스가 중국 전통문화 위에 기독교 문화를 정착시킨 문화 변혁가로의 면모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로스는 한국과 중국의 문화를 외부에 소개하는 독창성 있는 글들을 쓴 저술가였다. 로스는 위대한 업적을 가진 뛰어난 학자는 아니었지만, 중국과 한국에 관한 수많은 귀한 논문들과 연구서들을 남겼다. 『중국어 교본』(Mandarin Primer, 1876)과 『한국어 교본』(Corean Primer, 1877)을 필두로 해서 1882년에는 한국어 성경 번역과정에 집필된 『한국어 문법 및 단어집』(Korean Speech with Grammar and Vocabulary)을 출판하였다. 한국어 교본은 영어로 기록된 최초의 어학 교재였다는 측면에서 그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로스의 1879년 『한국의 역사』(A History of Corea)와 1880년 『만주의 역사』(History of Manchus)는 그 학문적 독특성이 인정되었다. 『한국의 역사』는 영어로 된 최초의 한국 역사서일 뿐만 아니라, 만주지역을 동북아시아 역사의 중심으로 보는 시각을 담고 기술한 최초의 역사서였다. 이외에도 『중국 선교 방법론』(Mission Methods in Manchuria, 1903), 『중국의 전통 종교』(The Original Religion of China, 1909), 그의 유고집인 『중국인의 기원』(The Origin of the Chinese People, 1916)을 저술하였다. 이와 같은 그의 주요 저서들은 중국을 향한 선교 방법 원리와 이론 및 중국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귀중한 자료들로 평가되고 있다. 로스는 본격적인 한국 선교에 앞서 선교사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일종의 안내서로 『한국사』를 저술한 것이다. 로스가 저술한 『한국사』는 서양인 최초의 한국사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국 사학사에서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
로스는 기독교의 본질인 성경을 통해서만 기독교 문화의 전파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이 출발점이 바로 한국어로의 성경 번역을 통해서 이루어질 것을 확신하여 한글 성경 간행에 전력을 기울였다. 한국 개신교의 기초는 분명 만주에서 로스와 그의 인척인 맥킨타이어로부터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선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로스는 1873년 가을 고려문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로스는 한국어 교사인 이응찬을 1874년에 만나면서, 한국어 교본인 『한영 문전 입문』(A Corean-English Primer, 1877)을 저술하게 된다. 이응찬의 협조로 1875년 고려문에서 백홍준, 이성하, 김진기를 포섭하여 이들과 같이 한국어 성경 번역 작업을 본격적으로 착수하였다. 실제 이들이 한 일은 성경을 한글로 번역하는 일을 위해서 한문 성경을 수차례 정독하는 일이었다. 초창기의 성경 번역과정은 한국인 번역자들이 선교사들과 함께 한문 성경을 읽고 나서 그것을 한글로 번역하면, 선교사는 그것을 다시 헬라어 원문과 대조하여 될 수 있는 대로 헬라어 원문에 가깝게 다듬는 방식이었다. 1881년 로스는 안식년을 마치고 만주 우장으로 돌아와 맥킨타이어가 수정한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을 또다시 검토하여 최종 원고를 완성했다. 1881년에 봉천에 인쇄소를 설치하여 한글로 된 문서인 『예수 셩교 문답과 예수셩교 요령』을 그해 10월에 인쇄했고, 이어 성경 인쇄에 들어가 1882년 3월에 『예수셩교 누가복음 뎨쟈행젼』을 처음 인쇄하고, 5월에 『예수셩교 요안내복음』을 발행했다.
로스는 무엇보다 전통 사회 관습에 간섭하는 것은 현명한 선교사가 아니라고 강조하였다. 관습의 겉모양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시도는 선교의 장애가 될 것이며, 문화의 변혁이야말로 진정한 선교의 시작으로 이해하였다. 로스에게 있어서 선교사는 지배권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으며, 문화 변혁자로서 기독교 문화와 복음을 확장한 일에 있었다. 로스는 중국과 한국의 문화를 진정으로 존중하는 첫 번째 외국인이며, 선교가 전통문화의 파괴나 대체가 아닌, 문화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근대 문화 변혁자라고 할 수 있다.
로스는 중국과 한국의 전통문화의 토대에서 교육자와 저술가 그리고 역사가와 성경 번역자로서 기독교 문화를 변혁시키는 근대화에 기여하였다. 그리고 중국과 한국의 전통문화 위에 기독교 문화를 정착시킨 문화변혁가로서 한국과 중국의 근대화에 역할을 한 사실은 역사적으로 의의가 있다. 스코틀랜드 선교사 로스는 중국과 한국의 전통문화 위에 기독교 신앙을 정착시키는 갈등이 아니라, 변혁의 관점에서 전통문화를 존중하는 융화적인 입장을 고수한 선교사였다. 이러한 로스의 입장이 21세기 선교와 신학의 관계를 설정하고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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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Knox Kwon (신앙과 사회문화연구소 소장, 총신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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