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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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4-20 11:34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해설…부활절, 연중행사(年中行事)인가?

행사보다는 본질적인 의미에 충실해야


“너희가 날과 달과 절기와 해를 삼가 지키니 내가 너희를 위하여 수고한 것이 헛될까 두려워하노라”(갈 4:10∼11)
구약시대에는 절기를 지키는 방법과 정해진 일정이 있다. 예를 들면 구약의 유월절은 유대력의 1월 10일에 처음 난 어린 양을 골라 두었다가 14일 밤에 잡아 그 피를 문설주에 바르고 고기는 구워서 먹었다. 이것은 애굽의 첫 것은 모두 죽고 이스라엘은 죽음의 사자가 문설주에 바른 피를 보고 넘어갔음을 상기하며 기념하는 것이다.

유월절의 의미는 어린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름으로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죽음에서 위기를 넘긴 것과 같이 그리스도께서 자기백성들을 위해서 죽으시고 부활하실 것에 대한 예표로서의 모형과 그림자이다. 예수께서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기 위해서 만찬을 통해서 먹을 때마다 이 사건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 하셨고, 복음을 받아들이는 자들에게는 물에 잠겼다가 수면위로 올라오는 세례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잊지 말고 기억해서 생각하라 하셨다.

부활절은 기독교에서 지키는 절기 중 하나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예수의 부활을 기념하는 절기이다. 물론 ‘절기’를 지키는 것은 신학적으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교파와 교회들은 별다른 의식 없이 받아들여 기독교적인 관행(慣行)이 되었다. 부활절은 유대인의 달력에 준해서 춘분에 부활했다는 사실에 근거해서 지키다가, AD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춘분 후 첫 보름이 지난 주일날에 지키기로 한 이후부터는 3월 22일에서 4월 25일 사이에 지키는 것이 상례(常例)가 되었다.

작금(昨今)의 부활절행사를 보면 기독교 정신이 실종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일정한 날에 의미를 부여해서 수많은 군중들을 모아놓고, 엄숙하고 화려한 치장을 하며 성경에도 없는 절차와 의식에 따라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부활의 원형이신 예수께서는 십여 명의 제자들과 함께 조촐한 식사를 하시면서 빵과 포도주를 통해서 당신의 죽음을 설명하셨다. 예수께서 언제 화려하고 특이한 복장(가운)으로 등단하셨으며, 초대교회 때 어느 사도가 운집한 군중들 앞에서 황금 잔을 드높이며 떡과 포도주를 마셨는가. 어떤 이들이 집단으로 단상에 올라가 절차에 따라 순서를 기다리며 의식을 행한 적이 있는가. 한국교회는 성경적인 근거에 따라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만약 절기와 의식을 지키려면 부활절과 성탄절만 지켜서는 안 되고, 예수님께 향유를 부은 사건도 “온 천하에 어디서든지 이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서는 이 여자가 행한 일도 말하여 그를 기억하리라”(마 26:13)고 하셨듯이 이 의식도 시행해야 하고, 성찬식도 “너희가 이 떡을 먹으며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의 죽으심을 그가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이니라”(고전 11:26)에 따라 식사할 때마다 성찬예식을 집행해야 할 것이며,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것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요13:15)는 말씀대로 세족식을 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단편적인 하나의 사건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생애 전체를 총합적인 체계로 보아야 한다. 요셉의 삶을 총리사역만 부각시키면 안 되고 생애 전체를 조망해야 하듯이, 그리스도의 사역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유인즉, 예수의 부활은 구약에서 언약된 것으로서 그리스도이심을 증거하기 위한 표적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에 대한 표적은 부활만 아니라 유다지파의 계보, 처녀잉태, 출생 장소, 애굽으로 피난, 나사렛으로 이주, 생애, 고난, 죽음, 승천에 이르기까지 일생(一生)의 행적 자체가 구약을 언약을 성취하기 위한 총합적인 하나의 체계이다. 그러므로 일생 전체를 균형 있게 증거 해야지 부활만 강조해서 절기를 지킨다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 보인다.

예수의 생애 전체가 그리스도이심을 증거하기 위한 것이라면 생애 전체를 통해서 그리스도이심을 확증하려는 태도가 성경적이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절기에만 한정적으로 강조해선 안 되는 일상적인 표제이다. 부활절은 일 년에 한 번 날짜를 정해놓고 의식과 절차에 따라 집행되는 예전(例典)이 아니다. 특별한 날에 색다른 의식에 따라 치러지는 전래행사도 아니다. 한국교회는 언제부터인가 이벤트성 집회에 집착한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한정된 날에만 치러지는 종교행사가 아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범사의 일상을 통해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기억하며 생각해야한다.

구약시대에는 특정한 날에 의미를 부여하고, 날 자체를 중요시 하였다. 하지만 그리스도께서 구약의 언약을 성취하신 부활이후에는 모든 일상을 통해서 그분을 기억하고 그분 앞에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올바른 기독교 신앙은 어느 특정한 날을 중히 여기지 않고, 모든 날을 주의 날로 인정하는데 있다. 일주일에 일요일은 거룩한 주일이고, 나머지 날은 세속의 날이 아니라 모든 시간이 하나님을 배우며 경외하는 거룩한 날이다.

한국교회는 좀 더 진지해져야 한다. 행사의 빈도수나 참여한 인원 수 등 보이는 것에 너무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루를 극대화하는 이벤트 보다는 범사에 하나님을 인정하는 진지함이 필요하다. 더욱이 분열된 기독교 단체의 연합을 도모하기 위한 방편으로 부활절 행사를 활용한다는 것은 부활의 본질을 퇴색시킬 수 있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제는 부활절 행사의 의미보다는 부활의 본질적인 의미에 충실하자.

“우리가 항상 예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짐은 예수의 생명이 또한 우리 몸에 나타나게 하려 함이라”(고후 4:10).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승일 목사/논설위원장 (한국교회부활절준비위원회가 지난 26일 서울 종로5가 다사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월 8일 정동제일감리교회에서 드려질 2012년 부활절연합예배 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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