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21세기에서 1세기의 예수님 바라보기
백지 위에 십자가상의 예수님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면 세 그룹으로 나눠진다. 첫째 그룹은 십자가를 먼저 그리고 그 위에 예수님을 그린다. 이 경우 십자가 그림과 예수님 그림이 겹쳐져서 깨끗하게 그려지지 않게 된다. 두 번째 그룹은 예수님을 먼저 그리고 십자가를 그 뒤로 그림이 겹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그리는 그룹이다. 그리고 세 번째 그룹은 그림을 그려 보라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그리지 않는 그룹도 있다.
스페인의 유명한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1904-1989)가 그린 십자가상의 예수님 그림은 그의 화풍에 걸맞게 인상적이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하늘 위에서 바라본 그림은 어깨와 팔 근육 그리고 십자가에 달려서 떨어지지 않으시려고 못 박힌 발에다 힘을 주고 있는 듯 생생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 달리의 그림은 십자가 위 공간에 떠 있는 모습인데 이런 상상까지 할 수 있다니 정말 1980년대 세상에서 제일 값비싼 그림을 그린 화가의 진면목을 보는 듯하다.
이렇게 십자가상의 예수님 모습을 여러 가지로 그려 볼 수 있는데 우리가 예수님을 바라보자고 할 때는 어떤 모습을 상상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상상해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청교도 신학자 아이작 암브로스(1604-1664)는 예수님의 탄생에서부터 공생애, 고난, 죽음, 부활, 승천, 승천 후 사역과 재림까지는 물론 영원 전의 예수님 사역 즉 세상이 창조되기 전에 우리의 택하심, 구원 계획, 언약 등까지를 포함한 사역에 대하여 세부적으로 나눈 95가지 모습을 그려봐야 한다고 그의 대작인 『예수를 바라보라 1, 2』(부흥과 개혁사, 2011)에서 세부적으로 말하고 있다. 또한, 우리의 구원이라는 위대한 사역을 수행하신 예수님을 알고, 생각하고, 갈망하고, 소망하고, 믿으며, 사랑하고, 기뻐하며, 간구하면서 예수님을 닮아가야 한다고 각 사역 단계마다 성경 말씀을 인용하면서 적용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신구약을 다 외웠다는 암브로스가 일 년에 한 달은 조용한 곳에 머물러 예수님을 바라본 결과물은 독자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21세기의 우리가 1세기의 예수님을 바라보려면 다음과 같은 기초를 다질 것을 제언한다.
첫째는 구약에 능통하자. 성경을 모르면 예수님을 모르는 것과 같다고 하는 말과 같이 신약의 예수님을 바라보려면 구약의 예수님도 알아야 한다. 시내산에서 갈보리 십자가를 바라보아야 하며, 갈보리 십자가에서 시내산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말을 강조하고 싶다. 사복음서의 말씀 중 구약의 인용이 179구절이며 요한계시록에도 37구절이 직접 인용되고 있음을 기억해야 된다. 예수님께서 나사렛 회당에서 성경 말씀을 읽으신 장면이 누가복음 4장 18, 19절인데 이는 이사야 61장 1, 2절 말씀이란 사실을 구약에 익숙하지 않으면 쉽게 연결해 볼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이 말씀 다음에 예수님께서는 엘리야, 엘리사 선지자 이야기를 하셨는데 이 두 선지자의 활약상을 나사렛 사람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사렛에서 반경 25km 거리에 갈멜산이 있고 요단강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조상들로부터 그 지역에서 어떤 역사가 있었는지 귀가 따갑게 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예수님께서 나사렛 사람들에게 익숙한 역사적 사건을 가지고 말씀하셨다는 배경을 안다면 우리도 구약 이야기에 능통하다면 예수님 말씀이 더욱 가깝게 들릴 것이다.
둘째는 예수님 당시의 문화, 언어 특히 관용구에 관심을 갖자. 신약성경도 유대인의 책이다. 유대 관용구를 알고 있으면 예수님의 말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예로서 마 6:22, 23의 “눈이 성하면… 눈이 나쁘면…” 하시는 말씀은 그 말씀의 앞뒤 말씀을 같이 읽고 유대 관용구를 적용하면 말씀이 더 명확해진다. 즉 마 6:19은 보물이야기(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로 시작하며 6:24은 재물이야기(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로 된 단락이다. 따라서 유대 사람들은 “선한 눈이 관대함을 나쁜 눈이 인색함”을 나타낸다고 알고 있으니 말씀 단락 전체가 구제에 힘쓰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잠언에서도 “선한 눈을 가진 자는 복을 받으리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줌이니라”(잠 22:9)라는 말씀이나 “눈이 악한 자는 재물을 얻기에만 급하고…”(잠 28:22)라는 말씀이 있다.
셋째는 역사적인 징검다리를 놓아보자. 사도시대가 지나고 교부시대엔 동방교부, 서방교부들 우리가 본받아야 할 교부들의 기록이 많이 남아 있고 점차적으로 번역이 되어 쉽게 접할 수 있음은 우리에게 큰 보물이다. 크리스토퍼 홀의 『교부들과 함께 성경 읽기』(살림출판사, 2008)는 성경을 형성한 첫 세대들이 성경을 어떻게 읽었는가에 대해 말해 주고 있으며, 교부들의 성경 주해 시리즈도 번역되어 있어서 쉽게 접근해 볼 수 있다. 다음의 징검다리는 종교개혁시대이다. 서방 교회의 제도 중심주의의 잔재를 철폐한 루터나 칼뱅의 책들은 일일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음의 징검다리는 17세기에서 18세기에 이르는 청교도시대이다. 도덕적인 순수성을 추구하며 근면을 강조하고 전통복음주의와 성경주의를 부르짖은 청교도 신학자들은 불완전한 개혁을 보충하고 말씀의 적용을 강조하였다. 우리에게 제일 친근감을 주는 19세기 이후의 신학자들의 책도 빼놓을 수 없는 징검다리가 된다. 이렇게 1세기에서 21세기까지 이르는 시간 사이에 교부시대, 종교개혁 시대, 청교도시대, 현대 신학자들의 징검다리를 놓아가면 말씀을 읽는 중에 논의가 되는 문제들에 대한 지난 시대의 생각들을 살펴볼 기회를 갖게 된다. 좋기는 현대의 책과 고전을 일대일로 읽어 보는 것이지만 최소한도 현대의 책 3권에 고전 1권씩은 끼워 읽어 보는 것이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안전한 길이라고 많은 선배들이 권하고 있음을 잊지 말자.
딸아이가 독일에 유학 갔을 때 졸업 연주곡으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정했다고 하니까 지도교수의 반응이 잊혀지지 않는 질문이었다. “핀란드에 가보았느냐?”라고 질문을 한 후, 작곡가의 고향에 가서 북구의 고유한 어두운 분위기와 해 뜨는 장엄한 장면을 보고 안개에 싸인 자연경관을 느껴보지 않고 어떻게 그 곡을 연주할 수 있겠느냐는 충고였다. 차디찬 얼음 속에서 피어난 열정의 불꽃을 작곡한 배경을 이해할 때 작곡가의 마음을 잘 연주할 수 있다고 하는데, 예수님의 사역 배경과 장소 그리고 주시는 교훈을 더 잘 이해하고 경험할 때 예수님을 더욱 깊이 닮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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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여인갑 장로 (지구촌교회 / (주) 시스코프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
설교자 칼빈_33 |
목회의 원리를 제시한 칼빈_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