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목사, 직업만족도 3위’의 불편한 진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6~10월까지 621개 직업종사자 1만 9,127명을 대상으로 직업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직업만족도의 평가는 해당 직업의 발전 가능성, 급여만족도, 직업 지속성, 근무조건, 사회적 평판, 수행직무 만족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순위를 정했다. 직업 만족도 순위 1위는 판사, 2위는 도선사(導船士), 그리고 3위는 ‘목사(牧師)’다.
많은 사람이 1위와 2위의 결과에 대해서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목사가 3위라는 사실에는 보는 사람마다 묻는다. “뭐라고, 3위? 왜?” 4위 대학 총장보다, 6위 초등학교 교장과 교감보다 높다. 정말로 왜 목사들은 이렇게 많이 자신이 몸담은 이 직업에 만족하는 것일까? 사명감일까? 응답자들에게 응답을 요구했던 평가 항목을 살펴보자. 일단 목사를 직업으로 분류했으며, 1) 해당 직업의 발전 가능성 2) 급여만족도 3) 직업 지속성 4) 근무조건 5) 사회적 평판 6) 수행직무 만족도의 평가 항목이 있었다.
세부 영역별로 평가한 항목을 더 들여다보자. 목사는 직업지속성과 발전가능성 면에서 2위였으며, 사회적 평판과 수행직무만족도에서 4위였다. 그런데 급여만족도와 근무환경 면에서는 순위에 들 수 없었다. 그러나 급여에 만족하지 못하지만 70세까지 지속할 수 있다는 점과 목회 발전가능성 즉 향후 목회 발전과 함께 급여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면에서 서로 상쇄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근무 환경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상쇄할 수 있다. 즉 목회 발전 가능성이 증가하면 기대할 수 있는 근무 환경도 편하게 개선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회 부패에 대한 시민들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적 평판은 좋게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평판 때문에 직업으로서 목사는 성공과 지속 가능성의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같은 직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전도사’의 순위다. 78위였다. 비교되지 않을 만큼 전도사는 만족하지 않는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목사가 만족한다면 곧 목사가 될 전도사도 그만큼 만족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왜 그런가? 여기에는 목사와 전도사의 관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목사와 전도사는 복음진리를 위해 동고동락하는 동역자가 아니다. 전도사의 인사권은 전적으로 목사에게 있다. 복음 진리로 함께 하는 신앙의 선후배 동역자 관계가 아니라 지배와 종속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권력 지배 관계이기 때문에 전도사는 더 강한 권력을 지닌 목사가 되고자 한다. 목사와 전도사가 성경 진리를 수호하고 전파하는 동역자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 한국 교회의 비극적 현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목사와 전도사는 성경 진리를 수호하는 ‘사명감’과는 거리가 멀다는 슬픈 전망을 하게 된다.
직업지속성과 발전가능성의 배경을 보면 소속 교단의 힘이 큰 역할을 한다. 목회 지망생은 소속 교단의 법률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 교단이 정한 신학대학원 목회과정(M.div)을 마치고 교단에서 실시하는 목사 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노회(老會)에 실시하는 단독 목회 과정을 거처 최종적으로 노회가 시행하는 안수를 받게 되면 목사가 된다. 이 과정이 일반적으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5년 정도 걸린다. 그러면 70세까지 교단에서 이른바 ‘성직(聖職)’을 보장받는다. 다른 직업에 비해 은퇴 연령이 높은 편이다. 연봉의 특징은 비과세 대상이며 연봉 차이는 크다. 몇억부터 150~20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한국 교회 문화에서는 금전 취득의 통로가 다양하게 열려 있으며 그 금액은 마치 ‘지하 경제’처럼 숨겨져 있다.
앞에 드러난 ‘목사, 직업만족도 3위’의 실상은 ‘불편한 진실’이다. 왜냐하면, 일단 목회가 직업으로 분류된다는 것에 대해 대부분이 교인이 무감각해졌다. 세속적인 기준에 따라 목사가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이 당연지사로 굳어져 버렸다. 이러한 문화에서 특히 개혁파 교회의 전통을 따르는 목사들이 전통의 핵심인 ‘성경의 절대권위’를 수호하려는 것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는 사실이다. 배금주의(拜金主義, mammonism)을 조장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자들이 목회자가 되었다는 정말로 불편한 현실이다. 연봉과 정년보장으로 평가받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목사는 세속적 직업으로 전락해 버린 상황은 어느 교단과 교파 가릴 것 없이 동일한 행태를 보인다. 성경과 하나님의 이름을 팔며 성도들을 속이고 사업의 확장과 미래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세속적 방식으로 이해타산을 따진다. 교회의 가치는 부동산 시가로 환산하고 교회는 연 매출 얼마짜리인 ‘사업장’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이쯤에서 교회가 성경 진리를 수호하고 세속주의를 배격하면서 순수한 복음을 지키는 데 사명을 다한다는 말은 공허한 이상에 지나지 않는다. ‘목사, 직업만족도 3위’, 100위가 되어야 한다!
|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
‘가나안 성도’에 대한 근본 대안: ‘가정교회’ 양육 |
치명적 성경 오역,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