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집사’의 성경적 뜻 바로알기
8 내가 말하노니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진실하심을 위하여 할례의 수종자가 되셨으니 이는 조상들에게 주신 약속들을 견고케 하시고 9 이방인으로 그 긍휼하심을 인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 하심이라 기록된 바 이러므로 내가 열방 중에서 주께 감사하고 주의 이름을 찬송하리로다 함과 같으니라(롬 15:8-9)
교회 생활에서 세례를 받고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대부분 (서리) ‘집사(執事, deacon)’라는 직분을 받는다. 해당 교회의 정식(?) 교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전 교인에게 공표하고 여러 헌금 특히 십일조 헌납은 물론이고 교회 행사나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교회 정관이라는 법에 따라) 의무를 부여받는다. 이렇게 집사는 소속 교회를 위한 책임 있는 행위를 실천에 옮겨야 하는 직분이며, 향후 수십 년 교인으로서 교회 생활의 신앙적 기초를 다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집사라는 직분을 받으면서 목회자를 중심으로 하는 당회가 구상한 여러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공적을 쌓고 앞으로 안수 집사, 권사, 장로의 직분을 받는 계기 내지 동기를 부여받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집사라는 직분은 교회 생활에서 신분상의 출발을 뜻하며, 교회를 위한 더 많은 일과 봉사를 하겠다는 책임과 의무를 요구받는다. 더 슬프고 안타까운 점은 집사라는 직분으로 시작한 교회 생활에서 하나님의 말씀 성경 진리를 공부하는 것도 그 자체 목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생활의 수단이나 도구로 전락해 버린다는 것이다. 교인들이 흔히 서로 말하기도 하고 듣기도 하는 말, ‘목회나 신학을 하려는 것도 아닌데 성경을 왜 그렇게 알고 싶어 하느냐’는 말이 있다. 단지 목사와 당회가 정해서 하라는 일이나 열심히 하면 될 것이지 성경은 왜 그렇게 공부하려고 하느냐는 비난조의 말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집사’의 의미는 전혀 성격적이지 않다. 성경에서 말하는 집사의 본래 의미는 너무도 고귀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그야말로 근본이다. 어떤 구체적인 대상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살아가는 삶 그 자체가 집사라는 의미에 담겨 있다. 그래서 이하에서는 집사에 대한 성경적 의미를 숙고해 보려는 것이다.
도입부에 인용한 성경 본문을 보면 집사의 고귀한 의미가 무엇인지 단번에 드러난다. 하나님의 백성인 성도(聖徒)로서 모든 삶과 실천이 집사임을 밝혀준다. 왜냐하면 집사의 사역을 완성하신 분이 바로 교회의 머리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기 때문이다. 로마서 15장 8절에 보면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진실하심을 위하여 할례의 수종자가 되셨다’는 진리 명제가 나온다. 여기서 수종자가 바로 ‘집사’의 어원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앞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바로 완벽한 집사의 직분을 수행했다는 뜻이다. 교회 생활에서 신앙인의 원천은 바로 할례의 수종자 곧 여호와 하나님이 약속하신 바를 이 땅에 성취하기 위해 오신 그리스도 예수의 삶 전체가 ‘집사’로서 삶이다. 할례가 택한 백성에 대한 여호와 하나님의 언약의 징표라면, 그 언약을 완벽하게 성취하신 분이 바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순종이다. 이것이 바로 집사의 성경적인 본래 뜻이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에서 어떤 특정한 인간적 제도를 만들어 그 속에 어떤 일을 계급화하고 수직적 상하 관계에 예속하는 행동을 하는 자를 집사라고 해서는 안 된다. 모든 성도가 하나님의 뜻을 완벽하게 수행하신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보혜사 성령의 인도를 받아 지체와 형제를 위한 수고와 봉사, 연보와 합력 등을 하는 일체의 신앙생활을 하는 성도가 천국의 집사다. 그리고 로마서 15장 9절은 할례의 수종자 즉 언약하신 메시아로서 완성하신 그리스도의 집사 수행의 삶을 이방인에게도 은혜로 주셨으며 이방인도 여호와 하나님의 이름을 찬양하며 살아가도록 했다는 은총의 진리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리스도가 아버지 앞에서 완벽하게 완성하신 집사로서 ‘수종자’의 헬라어 어원은 ‘디아코노스(diakonos)’라고 한다. 고대에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용어였다. 주인에게 고용된 하인의 충실한 행위 내지 집안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자를 지칭한다. 주인의 명령 수행은 물론이고 식사 시중을 드는 행위를 뜻했다. 교회 생활에서 주인은 하나님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식사 시중은 최후의 만찬으로 알려진 대로 자신의 살과 피를 아버지 사랑과 형제 사랑을 위해 내어주신 그리스도의 위대한 대속 사역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디아코노스’는 아버지 앞에서 충성하신 아들로서 그리스도의 삶을 보여주는 복음서와 부활승천하신 그리스도께서 보내신 보혜사 성령의 인도함을 받는 사도들과 많은 동역자들의 삶을 증거하는 매우 귀한 개념이다. 교회에서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살아가는 성도의 삶과 관련해 신약 본문에 30여 회나 등장한다.
그 사용된 경우를 교회 생활의 맥락에서 더 살펴보자. 디아코노스는 ‘식사 시중을 드는 하인’(요 2:5)과 ‘임금의 사환들’(마 22:13)을 칭한다. 가령 요한복음 12장 26절에 보면 주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을 따르는 자를 ‘섬기는 자’로 규정하신다. 자신을 섬기는 집사(디아코노스)는 바로 하나님 아버지께 귀하게 여김 받는 자라고 알려 준다. 이 구절의 의미를 따라가 보면 교회의 모든 성도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는 자’이지 특정한 사람만 그것도 제도로 계급화하여 집사라고 칭할 수는 없다. 집사의 본래 의미는 호칭의 문제가 아니라 그리스도 몸 된 교회 사역의 본질을 강조한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아들로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충성된 사역자로서 디아코노스(집사)는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을 받은 신령하고 고귀한 일군(엡 3:7), 복음의 일군(골 1:23), 새 언약의 일군(고후 3:6), 그리스도의 일군(고후 11:23), 그리스도 예수의 선한 일군(딤전 4:6), 그리스도의 신실한 일군(골 1:7), 주 안에서 신실한 일군(엡 6:21)과 그 삶이 바로 디아코노스 곧 집사다.
교회 내에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형제를 제도적 계급으로 등급을 나누어서는 결코 안 된다. 가령 권사나 장로보다 낮은 지위가 집사라는 뜻으로 불러서도 안 되며 그것을 제도화해도 안 된다. 성경 진리를 역행하는 것이다. 교회의 모든 직분은 전적으로 동등하게 하나님의 주신 은사이며 각자 받은 은총에 따라 오직 하나님 앞에서 ‘코람 데오’로 디아코노스로서 삶 자체를 의미하며 고귀하며 아름다운 사역이다. 아래의 본문에 나타난 이렇게 고귀한 집사 사명과 사역을 결코 계급으로 제도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
8 이와 같이 집사들도 단정하고 일구이언을 하지 아니하고 술에 인박이지 아니하고 더러운 이를 탐하지 아니하고 9 깨끗한 양심에 믿음의 비밀을 가진 자라야 할지니 10 이에 이 사람들을 먼저 시험하여 보고 그 후에 책망할 것이 없으면 집사의 직분을 하게 할 것이요 11 여자들도 이와 같이 단정하고 참소하지 말며 절제하며 모든 일에 충성된 자라야 할지니라 12 집사들은 한 아내의 남편이 되어 자녀와 자기 집을 잘 다스리는 자일지니 13 집사의 직분을 잘한 자들은 아름다운 지위와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에 큰 담력을 얻느니라(딤전 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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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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