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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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28 21:17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교회 세습을 넘어 성경권위 ‘세습’으로


기독교 철학자이며 한국 교계의 원로 장로인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가 명성교회 세습 철회 1인 시위에 나섰다. 손 교수는 지난 11월 24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회관 앞에서 “명성교회 불법 세습, 세습방지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피켓을 들고 30분 동안 그 자리를 지켰다. 그는 명성교회 세습을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한국 기독교 역사의 가장 큰 스캔들로 규정했다. 중세 로마 교황들의 부패가 극에 달할 때, 부패한 교황들은 부인과 첩을 통해 낳은 자식들에게 교황 자리를 세습하고자 했던 적이 있다. 가장 추악한 부패의 상징적 사건이다. 그런데 로마 가톨릭을 혁파하고 성경권위로 돌아온 개신교에서 부자 사이에 부패한 교황이 했던 짓을 그대로 반복하는 세습이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경우를 두고 한국 개신교가 중세 로마 가톨릭보다 더 썩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그 사실 지적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남에게 주기에 너무 아까운 어마어마한 교회 재산을 세습하는 전국적 한국 교회의 상황은 이 세상 사람의 일반적 정황과 사고 구조로 보면 너무도 당연한지도 모른다. 대통령과 고위 관리 부럽지 않은 부와 권력이며, 조금만 교묘하면 어떤 법적 분쟁도 일어나지 않고 세금 폭탄 맞을 염려도 없고 사회적으로도 공개되지 않는 것이 교회 세습인데 이것을 주저할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자자손손 대물림하면서 (성도들의 피땀 어린 연보가 교회 재산의 원천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잘 섬긴 주의 종이 당연히 받아 마땅한 축복이라고 당당하게 쓰면서 평생 자랑하며 살 수 있는 이 좋은 일을 왜 마다하겠는가? 조금만 신경 써서 재임 시절에 잘 살펴 교인 중에 시끄럽게 하는 자는 목사 권위로 교회법을 만들어 쫓아내면 되고, 이것이 여의치 못하면 자신에게 맹신하는 몇몇 장로와 권사와 성도를 동원하여 여론몰이하면 완벽한 자기 소유가 되는데 어찌 망설인다는 말인가? 어떤 인간이 이러한 손쉬운 ‘부(富)의 대물림’이라는 먹잇감을 두고 그냥 물러날 수 있겠는가? 시간이 지나가길 버티기만 하면 되는 눈먼 돈보다 쉽게 차지할 수 있는 것이 교회 재산이라면, 몇 번이라도 멱살이 잡히고 머리채가 뿌리까지 흔들린다고 해도 견딜만한 일이다. 어떻게 포기할 수 있고 왜 포기하겠는가? 이처럼 교회 세습이야말로 이 세상에서는 너무도 당연하게 벌어져야 하는 일이다.
윤리적이든 신앙양심이든 신학적 명분이든 법적 절차든 어떤 고민도 하지 말고 모두 내팽개치고 교회 세습은 목숨 걸고라도 하루빨리 완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장로교가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며 세습을 주춤하고 있는 동안 감리교단과 그 교단 소속 감독들은 소리 없이 얼마나 지혜롭게(?) 일사천리로 세습을 거의 마무리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세습을 하는 것이 마치 모범이 되듯이 그들은 그렇게 처리했다. 그렇게 챙기기 쉬운 것을 어찌 마다할 수가 있었겠는가? 그렇게 기회를 줬지만 챙기지 못한 인간이 오히려 빙충맞은 얼간이라고 손가락질받는 그야말로 요지경 같은 한국 교회의 상황이다. 어쩌면 마귀 혹은 사단의 진영에서는 이미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한국 교회만은 세속적 추한 집단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사단의 병력을 과감히 철수해도 괜찮은 지경에 이르렀다고 평가할 것이다. 재물이 이렇게 강력하게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처참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줄 아마 사단 자신도 놀라고 있을 것이다. 
교회 세습을 막아야 한다는 기독교 원로의 일인 시위를 보면서 왠지 본질을 벗어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왜냐하면 교회의 본질은 윤리적이며 도덕적인 청결함으로 그 표지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말은 교회 세습이 괜찮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일인 시위라도 24시간 해야 한다면, 무엇을 위한 것이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진정으로 살리는 길인지 반드시 짚어야 한다는 말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에 일어나는 한국 교회의 추악한 세습을 위한 적그리스도적 작당과 모의는 명백한 불법이다. 성도들의 재산을 자기 입과 배 안에 통째로 쓸어 넣겠다는 짐승만도 못한 욕심은 백번 천번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종교개혁 500주년에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최종 목적이 교회의 부정부패를 막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회 세습을 완전히 차단하는 법과 제도를 만든다고 해서 교회의 절대표지인 ‘성경권위’, 500년 전부터 줄기차게 외쳤던 ‘성경만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권위가 저절로 지켜지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모든 재산을 교인들 공동명의의 재산으로 회복시켰다고 하자. 이것이 성경진리를 지키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또한, 가령 성도들이 피땀으로 모은 재산을 모두 찾았다고 하자. 그래서 성도들의 공공 이익을 위해 쓴다고 하자. 이것이 성경의 진리를 배우는 것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문제는 한국 교회가 자유주의 좌경신학이나 종교다원주의 혹은 문서설이나 역사비평학으로 뿌리부터 통째로 뽑히고 있다는 것이다. 성경권위를 지키도록 하나님께 지혜를 간구하는 신학교와 교회를 찾기는 멸종하는 희귀동물 찾기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1907년 평양대부흥 운동의 본질은 ‘성경공부를 위한 사경회’ 중심의 공부 모임이었다. 그것이 한국의 교회표지의 상징이다. 아비와 자식이 교회 재산을 나누어 먹거나 물려주는 일들은 세속의 욕심과 정욕에 사로잡힌다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일어날 법한 일이런지 모른다. 교회 재산 다 가져도 좋다. 그렇게 욕심과 정욕 가운데 버려두는 것이 유대 왕조를 20년에 걸쳐 철저하게 패망시키듯이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를 심판하는 절차와 방법이라면 돌이킬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소원만은 꼭 가지고 싶다. 한국 교회가 눈먼 금덩어리인 교회 재산의 세습을 향해 미친 듯이 몰려갈 때도, 어디선가 ‘성경진리 세습(전수)’을 차근차근 준비하며 ‘성경권위’를 지키려는 주의 신실한 종으로서 부자(父子)가 함께하는 가정교회가 ‘세습’되어 양육되고 있기를 하나님께 꼭 기도하고 싶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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