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기독교적 의미의 그 위대한 신비를 찾아야
2022년 5월 8일 어버이날, 1973년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대통령령 6615호로 지정된 후 49돌 기념일이었다. 기독교인들도 특별히 기념하는 5월 둘째 주 어버이날이 올해는 마침 주일이어서 더욱 뜻깊은 날이었다. 무한 사랑과 희생의 소중한 가치를 처음으로 깨닫게 해준 부모의 은혜는 헤아린다는 것 자체가 불경스러울 것이다. 종교인이든 아니든 잉태와 출생, 양육과 보호에 대한 부모에 대한 각자의 소중한 기억은 그 자체로 각각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전쟁 후 어머니들의 피눈물 나는 생존 현장에서 자녀를 양육한 힘겨운 노고를 기념하고자 1956년 국무회의에서 ‘어머니날’을 제정했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1973년 3월 30일은 자연스럽게 ‘어버이날’로 개칭했다. 어버이날의 기념 상징인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일로 시작해 다양한 감사의 행사들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대 감염 유행병으로 2년간 중단했던 행사들이 2022년에는 전국 각지에서 재개되었다.
어버이날의 유래는 사실 종교 행사에서 시작했다. 영국과 그리스에서 사순절 첫날부터 시작해 넷째 주 일요일에 어버이에게 감사하는 전통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30년 6월 15일 구세군이 어머니 주일을 지키면서 시작했다. 이후 한국 교회는 1960년에 ‘어머니 주일’을 ‘어버이 주일’로 개칭하면서 교회 내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어버이 주일의 유래는 1907년경 미국 버지니아주 웹스터 교회의 주일학교에서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어버이날 기원이 교회학교 행사에서 유래한다는 점은 상기해 볼 만하다. 26년간 교회학교에 봉사해 온 자비스(Jarvis)라는 여 성도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자 그의 제자들이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딸 안나에게 추도식 참여를 권했으며 안나는 교회 사랑의 실천을 몸소 보여준 어머니를 기억하며 추도식에서 카네이션을 바친다. 이에 참석자들은 이날을 ‘어머니의 사랑을 기리는 날’로 정하고자 결의하였다. 어버이날 기념의 기원이 교회 내에서 일어났던 후배들을 위한 희생과 봉사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기억할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 성경 구절 몇 구절을 통해 특히 교회 절기에 속한 ‘어버이 주일’에 대한 의미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
자녀들아 너희 부모를 주 안에서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이 약속 있는 첫 계명이니 이는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엡 6:1-3); 자녀들아 모든 일에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는 주 안에서 기쁘게 하는 것이니라(골 3:20); 만일 어떤 과부에게 자녀나 손자들이 있거든 저희로 먼저 자기 집에서 효를 행하여 부모에게 보답하기를 배우게 하라 이것이 하나님 앞에 받으실 만한 것이니라(딤전 5:4)
예로 든 말씀에서 강조 부분은 ‘주 안에서 부모 공경과 순종’이며 ‘하나님의 약속하신 계명이며 하나님이 받으시는 것’이다. 도대체 ‘주 안에서’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에 알 필요가 있다. ‘주 안에서’는 ‘하나님 안에서’로 이해할 수 있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로도 이해할 수 있다. 부모에 대한 순종과 공경의 의미가 세상의 효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 출생에 대한 모든 ‘비밀’을 책임지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에게 자녀 출생의 비밀은 육신의 부모가 그 역할을 담당하기 이전에 발생하는 신비롭고 놀라운 차원이 존재한다. 그런데 ‘주 안에서’ 발생한 모든 하나님의 자녀에 대한 출생의 비밀은 바로 부모를 통한 자녀 잉태와 출산을 통해 시간 역사적 현장에 ‘드러난다.’(계시) 우리는 분명 육신의 부모가 낳았지만 동시에 출생의 순간은, 육신의 자녀가 세상에 단지 첫선을 보인 사건이 그 진실이 아니라, 창세 전 하나님 자녀로 택정한 사건이 시간 세계에 ‘성취’되는 하나님 아버지의 영광스러운 계시 사건이 된다. 앞서 인용한 구절의 ‘주 안에서’가 뜻하는 바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차원의 출생의 비밀이 부모 공경에 대한 성경 내용들과 관련된다.
부모 공경에 대한 책무는 구약에서 십계명의 제5계명에 명시한다.(출 20:12; 신 5:16; 신 27:16 참조) 하나님의 율법 안에 부모 공경을 정한 것은 그 목적이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경외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자녀 출생과 양육이라는 부모 노릇의 궁극적 의미가 ‘유일한 창조주 아버지’인 여호와 하나님의 존재와 속성 찬양에 있다는 뜻이다. 하나님의 자녀임을 부모를 통해 깨닫는 것은 창조주와 심판주이신 여호와를 아는 것이며 동시에 우리의 존재가 창세 전 ‘영원한 출생’(잠 8:31 참조)의 신비한 비밀을 알게 되는 것과 직결된다.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류 시조 아담과 하와의 후손이라는 사실에 담긴 놀라운 신비는 우리를 피조물 역사의 한가운데 데려다준 육신의 부모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우리의 출생에 대한 비밀이 창세 전 하나님의 자녀로 선택된 사건이라는 것을 기억나게 하는 사건이다. 5월 8일 어버이날, 참으로 신비한 출생의 비밀을 기억나게 하는 날이다!
요한복음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성부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호칭이 ‘159’회 등장한다. 1장부터 11장에서는 예수님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온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강조하면서 여호와 하나님에 대해 ‘아버지’라 호칭을 사용하며, 12장부터 21장 마지막 장까지는 하나님의 아들로서 그 본체(本體)의 본성(本性)이 신성(神性)이므로 아버지께로 가신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아버지’ 호칭을 줄곧 사용하신다. 이러한 사실은 구약에서 강조한 부모 공경에 대한 제5계명을 예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완성하신 위대한 사건임을 잘 보여준다.
예수께서 자신의 출처가 창세 전 영원하신 아버지 하나님께 있음을 요한복음 거의 모든 장에서 밝힌 것은 기독교인들의 어버이날 기념에 대한 신학적 의미를 반추해 보기에 그 뜻이 매우 심오하다. 하늘에 계신 하나님을 ‘아버지’로 칭한 사건은 육신의 아버지에 대해 가부장적 지위와 그 특권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 신약성경에서 육신의 부모 중 아버지의 지배적 특권만을 옹호하는 구절이나 내용은 없다. 기록된 신약의 말씀에서 강조하는 것은 ‘주 안에서 부모 공경’이지 ‘아버지 공경’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 예수의 아버지 경외 사건은 ‘주 안에서’ 만난 육신의 부모를 통해 드러난 ‘창세 전 우리의 아버지이신 여호와 하나님’을 기억나게 하는 기독교만의 고유한 계시 사건이다. 디모데전서 5장 1-2절 상반 절의 “늙은이를 꾸짖지 말고 권하되 아버지에게 하듯 하며, 늙은 여자에게는 어머니에게 하듯 하며”라는 말씀이 어찌 단지 경로효친을 실천하라는 인륜적 도덕 강령에 머물겠는가? 주 안에서 만나는 모든 신앙의 선배들은 혈육 관계를 초월해 창세 전 우리 모두를 자녀 삼아 주신 하나님 아버지(마 12:50; 막 3:35 참조)에 대한 신비한 지식을 기억나게 해 주는 ‘주 안’의 부모님이다. 십자가에서 죽으시기 직전 아버지 하나님께 드린 예수 그리스도의 기도가 바로 이 위대한 진리를 증명해 준다. 기독교인들에게 어버이날의 위대함은 우리를 창세 전 하나님 아버지의 영원한 자녀로 삼으신 사건에 대한 무한한 경외와 감사를 더욱 일깨우는 데 있다.
아버지여 창세 전에 내가 아버지와 함께 가졌던 영화로써 지금도 아버지와 함께 나를 영화롭게 하옵소서(요 17:5); 아버지여 내게 주신 자도 나 있는 곳에 나와 함께 있어 아버지께서 창세 전부터 나를 사랑하시므로 내게 주신 나의 영광을 저희로 보게 하시기를 원하옵니다(요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