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윤리진실성’의 보루가 허물어지다,희대의 논문 표절
“제가 저자 김건희 씨 1999년 석사학위 논문에 대한 검증을 진행한 사람으로서 (……) 이 논문은 명백히 표절이고 (……) 사람의 글을 훔쳐서 짜깁기한 논문[강조는 필자에 의함. 이하 강조도 필자 주]이다. 그리고 남의 글을 도둑질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반드시 이 학위는 취소되어야 한다. 바르게 처리하지 않는다면 문제다. (……) 우리가 48.1%~54.9% 표절이라고 하는 결과를 내놓았고, 너무 황당하죠. 정말 황당했고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표절 문장이 발견되었고 그런데 이런 논문에 학위를 줬다?
그런데 어느 분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시죠, 그때는 다 그랬다. 이런 말 하는 것은 피해 갈 수 있는 답변이 아니에요. 그때 안 그랬어요. 그때 그랬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은 그분들은 그렇게 하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안 그렇거든요. 어디든 (……) 학위 논문을 쓸 때, 어디 다른 데서 글을 갖고 온다고 할 때, 반드시 각주 표시를 하라고 하는 게, 그게 80년대도 그랬을 것이고, 70년대도 그러셨을 거예요.
통상적으로 아주 상식적으로는 4개월 길어야 5개월이면 끝나는 [심사판정-필자 주] 상황인데 그런데 1년 4개월이잖아요. 그러면 저는 이 사안을 보고 저자 김건희 씨의 이 논문 58쪽 그거를, 학교에서 여러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위원님들이 여러분일 거 아니에요. 저희는 주로 3명이었고 제가 많이 담당했지만 그런데 여러 분들이 같이 보시고 이미 숙민동(숙명여대 교수들과 숙대민주동문회)에서 자료까지 다 넘겨줬어요. 그러면 그거 보며 대조 작업만 하면 되는 상황인 거죠.
그런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고 1년 4개월 동안 이렇게 있다라고 하는 거에 저는 우리 학생들한테 미안하고 그다음에 한국의 청년들한테 너무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우리 본부는 지금 [심사판정을-필자 주] 안하고 있는 게 명확한 거고 눈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대학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자기 위상을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어떻게 우리가 교육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4일이면 끝날 검증을 아직도 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계속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사실은 이제는 직무태만이라고 생각해요. 총장님하고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위원장님 두 분은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의 인터뷰 내용은 현재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1999년 석사 학위 논문을 검증한 신동순 교수(숙명여대 중어중문학과)의 말이다. 논문 저자 김건희 씨가 대통령 부인이 아니었다면 벌써 학위가 취소되었을 텐데 상황은 그렇지 않다. 권력이 해당 대학의 연구윤리위원회를 통제하는 상황이거나 대학 당국이 권력에 겁이 나 알아서 권력 편을 들고 있거나 혹은 대학과 교수들에 불이익 조치가 있을까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든가 아니면 권력과 대학 측의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무엇인가가 있든가라는 추측을 불러온다.
표절이란 다른 사람의 글을 도둑질하여 학문의 진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한 범법 행위다. 거의 모든 페이지마다 표절했다는 문제의 그 논문은 아마 대한민국 연구논문 역사상 전무후무할 정도의 표절일지도 모른다. 대부분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인데 이렇게 인터뷰에 응한 신 교수의 당당함에서 그래도 한국 대학의 연구윤리진실성과 학문적 양심과 책무를 포기할 수 없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결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원저작자의 지적재산권을 침범한 심각한 불법 행위인 표절은 원저작자의 글과 생각을 도둑질한 범죄이며 학문의 진정성과 신뢰성을 손상시켜 연구 윤리의 근본을 훼손한 학문적, 법적, 윤리적 범죄에 해당한다. 그래서 대학은 경고와 징계 나아가 제적 등의 엄격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타인의 아이디어나 노력을 자신이 한 것처럼 도용하므로 원저작자의 공정한 보상 기회나 그 창작물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에 대해 엄격한 규정과 법률이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원저자의 창의성과 노력을 짓밟아 버리는 표절은 지적재산권의 신뢰성과 진정성의 훼손은 물론 지적 연구에 대해 사회적 불신을 조장하는 지적 활동의 근본악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정상적인 국가라면, 저작권법이나 지적재산권 관련 법률이 엄격히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위반은 강력한 법적 제재를 받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선진국으로 분류된 대한민국이지만 법 위에 군림하는 권력의 횡포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불법이 합법으로 가장하고 진실을 말하는 자가 오히려 처벌을 받는다. 도둑을 잡았는데 도둑을 조사하거나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도둑을 잡을 때 불법적 요소가 없었는지 조사하는 이상한 법 집행이 일어나는 나라다. 초등학생이 보더라도 불법인 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뀐다. 이 억울함으로 수사와 조사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대한민국의 후진성을 보여준다. 재판 전에 언론과 방송을 통해 이미 ‘범죄자’로 낙인찍고 수사를 진행한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이 선진국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후진성이다. 학문 활동이나 각종 창작에서 원저자의 생각과 글과 작품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현재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진실을 밝히면 밝혀진 자가 부끄러워해야 하는데 밝힌 자가 오히려 문제 있는 자로 몰리기 십상이다. 형사사법 기관들에 대한 불신은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시지탄이지만, 학위를 준 숙명여대 교수들의 소신 있는 발언과 입장 표명을 보면 아직도 우리 대학에는 양심적이고 연구 윤리를 귀하게 여기는 교수들이 있다는 사실에 무한한 감사와 찬사와 성원을 보낸다. 저자 김건희 씨 논문 표절 사건에 대해 숙명여대 교수협의회 총무 박소진 교수(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의 발언이 이 시대 한국 대학의 양심적인 교수들을 대변한다고 본다. 그렇게 연구윤리진실성을 지켜주길 바란다. 그의 인터뷰 내용이다.
“대학이 자본과 권력에 굉장히 취약합니다. (……) 그런 면이 있긴 하지만 대학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강조는 필자]이 있는 거죠. 해야 할 일은 다른 사람의 논문을, 다른 사람의 글과 생각을 도둑질해서 베낀 논문에 대해 절대로 학위를 주면 안 되는 거죠. 그런데 [학위를-필자 주] 준 사실에 대해서 문제가 제기되고, 그것이 아무리 과거라고 하더라도,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 대학이라면 바로잡고 사람들에게 인정하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별하지 못하고 식별하지 못하면 그때는 대학이 숙명여대뿐만 아니라 같이 공멸하게 되는 거죠. 가장 기본적인 교육과 연구라는 기본적 책무에 있어서 대학이 역할을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