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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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01-16 17:40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백색테러’의 한국 사회, 증오와 보복을 부추겨 이득 챙기는 사악한 사회


프랑스 혁명 기간 중 좌익·혁명 세력이 ‘적색’을 상징색으로 삼는 ‘적색테러(Red Terror)’에 대해, 왕당파가 보복을 가할 때 왕가의 상징 백색 백합으로 맞세우며 맞불 테러를 자행했다. 이후 우익·보수 세력이 벌이는 테러를 ‘백색테러(White Terror)’라 칭하게 되었다. 2024년 벽두 1월 2일 10시 29분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이하 이 대표)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부지 시찰 후 부산광역시 강서구 대항동 대항전망대에서 이동 중이었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던 중 살해 의도를 품고 접근한 충청남도 거주 1957년생 66세 남성에게 단검 습격을 당했다. 백색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다음 날 1월 3일 범인의 신상은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에서 공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보도 기사에 ‘야당 대표에 대한 칼 공격이 양극화된 한국에 경종을 울리다’라는 제목으로 범인 신상을 공개했다. 이 대표 암살미수 용의자는 66세 부동산 중개업자 김진성이라고 밝혔다. 범인은 민주당 지지자로 위장하고 접근해 ‘내가 이재명’이라는 파란 종이 왕관을 쓰고 사인을 요청하는 척하며 자신이 갈아 만들어 종이 속에 숨겼던 양날검으로 이 대표의 목을 타격했다. 이 대표가 펜과 종이를 들게 하고 손을 쓰지 못하게 한 다음 이 대표의 목을 찔렀다. 이 대표와 같은 당 의료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김진성의 칼날은 ‘좌측 흉쇄유돌근 즉 피하지방 및 근육층을 모두 관통하고 내경정맥 9mm 이상의 깊은 자상을 내고 내경정맥 둘레 60%를 손상시켰다.’ 테러를 자행한 살인미수범을 조사했던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월 5일 수사 브리핑에서 범인의 살해 동기 변명을 설명했다. 지난 정부 때 부동산 폭망, 대북 굴욕 외교 등으로 경제가 쑥대밭이 되었고, 윤 정부가 들어섰지만 야당인 민주당이 이 대표 살리기에 올인하는 형국이 됐다’는 것이 테러 동기라고 한다.

경찰은 지금까지도 살인미수혐의로 구속한 범인에 대해 소속 정당이나 그가 작성한 변명문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범인이 범행 전에 부산을 다녀왔고 또 흉기를 미리 개조했다는 점에서 계획적 범행이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범인의 소속 정당과 그의 변명문 전문을 밝힐 수 없다고 하며 그 이유도 밝히지 않겠다고 한다. 그래서 국민들의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는 가운데 공범 정황을 보여주는 듯한 증거들 또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범인이 봉하마을 방문 등 이 대표의 여러 일정에 따라다닌 것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었으며, 사인 종이 밑에 칼을 숨긴 채 찌르는 행위를 연습하는 장면도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범인이 습격에 사용한 흉기는 총길이 18cm, 날 길이 13cm 등산용 나이프를 개조한 것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칼은 2023년 인터넷에서 구입했으며 손잡이를 제거하여 크기를 줄였고 찌르기에 적합하도록 칼등 부분을 칼갈이를 사용해 예리한 양날검으로 개조했다. 어떻게 테러를 자행할지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 수술을 집도한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민승기 교수는 이 대표가 왼쪽 목에 1.4㎝의 자상을 입고 속목정맥(내경정맥)이 찢어져 봉합 수술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민 교수는 “(수술 당시) 좌측 목 빗근에 1.4㎝ 칼로 잘린 자상이 있었다”며 “근육을 뚫고 그 아래 있는 속목정맥 60%가 예리하게 잘려있었고, 피떡(혈전)이 많이 고여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수술은 지난 2일 오후 4시 20분경부터 1시간 40분 동안 진행되었다. 민 교수는 피습 당시 수술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서 부산대병원에서 전원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민 교수는 “(이 대표는 피습) 당시 목 부위 칼로 인한 자상, 속목정맥 손상이 의심됐고, 기도손상과 속목동맥 손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목 정맥이나 동맥 혈관재건술은 난도 높은 수술로 수술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였다.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 부산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 대표의 상처 크기에 대해 “목 부위는 혈관, 신경, 기도, 식도 등 중요 기관이 몰려 있어서 상처의 크기가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깊이 찔렸는지, 어느 부위가 찔렸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대표가 이러한 수술을 받는 와중에 지방대 의료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전국 의사회들은 앞다투어 이 대표의 부산대학병원에서 서울대학병원으로 헬기 이송을 문제 삼았다. 특권의식·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응급의료 전달체계무시와 지역의료계 유린 사건이다, 다른 응급 환자 이송 기회의 탈취다, 부산대병원 필수 의료진에 대한 모멸감을 주었다, 지역의료 붕괴를 가속화시켰다, 국가 응급환자 진료와 이송체계를 비틀어버렸다 등 맹비난을 쏟아냈다. 그런가 하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와 평택시의사회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이 대표와 같은 당 몇몇 의원을 포함해 부산대병원·서울대병원 업무방해죄와 응급의료법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공정식 교수는 백색테러분자들에 대한 분석을 이렇게 내놓았다. 이러한 범행을 저지르는 자는 자신을 확신범이나 사상범으로 여긴다. 이러한 ‘증오범죄’는 스릴 추구형, 반영형, 사명형 세 가지로 분류하는데, 정치인 대상 범죄는 대개 ‘사명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상범이나 확신범의 가장 심각한 점은 자신의 반인륜적 행위가 잘못이라고 좀처럼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치적 확신범(確信犯)이, 마치 종교적 확신을 가지고 테러를 자행하듯이, 국민의 신망을 얻고 있는 정치인에 대해 테러를 자행할 때는 영웅 심리까지 작동한다고 한다. 이번 백색테러 사건을 민주당은 백범 김구, 몽양 여운형 선생이 당했던 암살 사건에 비견(比肩)한다.

정치적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건이므로, 그 당시에도 그랬던 것처럼, 이러한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 밝히고자 하는 자들이 있을 것이고 동시에 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여 빨리 덮어 버리고 싶은 자들도 있을 것이다. 만약 권력을 가진 자가 사건의 진상을 숨기고자 하는 자들이라면 선명한 사실 규명은 애초부터 불가능할 것이다. 이해관계에 얽히고설킨 자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운운하며 서로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부각시키고자 할 것이다. 이 와중에 정보력이 제한되어 있고 선입견에 사로잡힌 많은 시민들은 또 한 번 이런저런 가짜 뉴스에 농락당하고 사실과 거짓 사이에서 선입견 하나를 더 추가할 뿐이다.

피해 당사자 이 대표는 피습 8일 만에 퇴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사건이 증오의 정치, 대결의 정치를 끝내고 서로 존중하고 상생하는 정치를 복원하는 이정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이 정치를 종식해야 합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가 본 그의 말이 진정성 있는 현실로 우리 사회에 자리 잡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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