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오늘의 위기, 산업마인드
엊그제 1박 2일의 교육정책 세미나는 교사로서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반성과 교육적 영감 그리고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겨주었다.
함께했던 교사들은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이 가득했고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몸소 보여주었다. 자연스레 이들의 삶은 나 자신과 비교되었다. 현실의 부당함과 교사로서의 본질적인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체제는 여전하지만 불만보다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학생자치활동에 관한 내용이었다. 학생자치활동은 ‘학생중심’ 교육정책 중 하나며 근래 강조되는 사안이다. 학교의 주요 정책에 학생들이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를 계량화하여 제출하라는 지시를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간단치 않은 문제다. 실제적인 문제에 학생들이 참여하는데 있어서 학교 급별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학교의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점을 진단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이를 연구한 팀이 있어서 주의 깊게 살펴본 바, 예상대로 학교마다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급별 차이였다. 도내 초·중·고의 교감 및 담당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표적집단면접(FGI)’을 통해 얻어낸 결과, 초·중학교는 학생자치활동이 형식화되어 있으며 이의 가장 큰 이유는 역량의 부족이었다.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학생들의 자치능력이 우수하고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경우에는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자치활동의 개념부터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등학교의 경우는 초·중생들과의 지적수준이 확연히 다르다. 어느 정도 교육 후에는 자기들끼리 각종 행사를 계획할 수 있고 제법 멋들어진 결과를 낼 수도 있다. 학부모들도 자녀가 학생자치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협조적이다. 교육적인 면보다는 현실적인 면, 즉 대입에 대비한 자기소개서나 면접 등 실질적으로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자치활동에 참여했다는 것은 대학 면접관에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떻든 모든 학생들에게 자치활동 능력을 키워주는 토론이나 프로젝트 수업 등 다양한 수업 양태 등이 수반되어야 할 이유다. 그런데 이상하다. 자치활동의 참여는 찬성하지만 그런 역량을 키워내는 창의적인 방법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한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치활동 참여의 지지는 ‘질’에 있다기보다는 ‘활용’에 있었던 것이다.
문득 한국사회의 모순이 머리에 맴돈다. 교육문제의 종국은 대학이며 대학입시라는 블랙홀은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만다. 시대는 이런 한국사회의 양상을 어리석다 일컫는다. 시대의 변천을 크게 농업사회, 산업사회, 지식정보사회로 나눠보자. 우선 농업사회에서 요구하는 인간상은 단순하다. 남보다 땀을 많이 흘려야 하니 근면함은 제 일의 덕목이었다. 앞선 세대로부터 농업기술을 전수받는 것도 필요했고 인력에 의존했으므로 이웃 간의 협동이 중시되었다. 산업사회에서는 ‘지식복사능력’과 ‘분석력’이 중시되었다. 지식복사능력이란 일종의 암기력이며 분석력이란 많은 분량을 핵심만 간추리는 요약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학입시는 예나 지금이나 이런 능력을 측정하고 있다. 따라서 가장 손쉽게 우수한 인재를 얻을 방법은 암기력과 분석력이 뛰어난 일류대학 출신을 채용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근대산업사회로 발전하는 길은 앞선 나라의 산업을 복사하고 시행착오를 참고삼아 과오만 버리면 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지식복사능력과 분석력은 인재의 기준이었고 학벌의 탄생 배경이 되었다. 문제는 지식정보사회에 그런 인재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기업이 성장장애 상태에 빠진 이유는 이런 관점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식정보사회에 맞춰 ‘미래 인재상’을 세우고 다양한 교육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는 한 걸음 떼기도 벅차다. 교육부 지침을 따라야 하지만 대학입시체제가 변하지 않고 학교 내외적으로 이름 있는 대학에 보내려는 경향이 짙으며 학부모의 강력한 요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가 산업사회에서의 특징인 학벌 사회를 몸소 체험하였으므로 그 틀에서 변화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미래는 소위 튀는 아이들이 많이 나와야 하고 독특한 사고를 하는 아이들도 많아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에 물들어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발전을 저해하고 나아가 국가를 정체시키는데 일조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뿌리 깊은 산업마인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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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진희 집사 (장안중앙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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