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특별기획

 
작성일 : 15-12-13 19:52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세상은 다툼의 장이다


누리과정 예산지원의 주체는 누구여야 하는가의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주지하다시피 누리과정은 만 3~5세 유아에게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교육·보육 과정이다. 2012년 3월, 5세를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가 이듬해에 3~4세까지 확대됐다. 누리과정은 평생교육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다.
누리과정은 2012년 박근혜 정부 대선 공약인 ‘무상보육’에 기인한다. 정부는 시·도교육청을 배제하고 관계부처만의 합의로 ‘누리과정’을 도입했다. 대신 필요한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도록 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중앙정부가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에 필요한 재원을 교부하여 교육목적으로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재정을 말한다. 시·도교육청 사용예산의 대부분은 여기에서 나온다. 문제는 시·도교육청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 예산까지 떠맡겨진 모양새가 된 것이다. 게다가 경기도의 경우 누리과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인건비를 제외하고 전체 예산의 약 30%에 달한다는 것이다. 누리과정이 규모로는 초·중·고에 비해 미미하지만 예산은 압도적이다. 이는 곧 초·중·고 예산의 감소를 의미하며 감소 폭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의미다. 정부는 빚을 내서라도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반발해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는 지난 10월 5일에 누리과정 예산과 지방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성명을 통과시켰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방재정법 등 시행령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형국이며 양측 간 갈등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갈등은 주변에 파급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우선 갑작스러운 사업의 중단사태다. 경기도교육청은 문명의 이기로부터 상대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는 농산어촌 소재 학생을 대상으로 태블릿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2013년도에 몇 개 학교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거쳤고 이듬해 다수의 농산어촌 학교를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태블릿을 보급하고 관련 예산을 지원하였다. 2015년도에는 농산어촌 모든 학교에 태블릿을 보급하고 관련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도교육청의 담당자는 2016년도까지 사용예산을 학교별 100만 원씩 지원할 예정이니 그에 맞게 사업을 구상하도록 당부하였다. 그런데 예산문제로 모든 사업이 중단되었다. 태블릿 단가를 대략 40만 원으로 보면 10대를 지원받았으니 400만 원이다. 여기에 학생들 교육비로 100만 원을 책정했다. 무선 인터넷 구동을 위해서 무선 AP를 설치, 동시 충전 및 보관함까지 합하면 대략 600만 원 쯤 지원되었다. 여기에 더해 교사들을 대상으로 태블릿 사용법 등이나 교수법 등 관련 연수를 수차례 가졌으니 연수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작년을 마지막으로 모든 사업이 올스톱되어 버렸다.
TV나 컴퓨터 등 교육 자재나 기기 등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전에는 이들의 수령을 조사하여 필요한 수만큼 교육청에서 지원했다. 지금은 모든 구매 및 관리 주체가 학교가 되었다. 학교의 예산은 대부분 경직성 경비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그러니 낡은 상태로 방치하거나 성능이 떨어진 기기를 필요시에만 최소 사용하는 것에서 그친다. 책걸상이 낡아도 교육청의 가용예산이 없으니 사용기한을 무작정 늘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당사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강구해야 옳다. 마찬가지로 누리과정 재원문제라면 그것을 어떻게 마련할지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운영해 봄 직하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이나 정부, 시·도교육감, 전문가, 학부모, 교직원 등으로 기구를 구성하여 이들의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협의 과정을 거쳐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공공정책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지금의 형국은 누구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며 자기 말만 하고 있다. 자존심 싸움이며 헤게모니 쟁투 중이다. 누구도 물러서지 않으려 한다. 이를 통해 공익은 하찮은 것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설사 자기 뜻을 관철했다고 해서 얻어진 이익의 실체는 무엇인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기저기 다툼의 장이며 속세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진희 집사 (장안중앙교회)

주의 성실이 크도소이다
오늘의 위기, 산업마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