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특별기획

 
작성일 : 15-03-23 21:29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그 아이는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을까?


스파이더맨이 되고 싶은 아이에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가벼운 미소가 아니라 박장대소였다. 스스로 ‘철 있다’ 하는 재학생들이 보기에 그 녀석은 ‘철없고’ 게다가 ‘어이없는’ 녀석이었으리라. 학부모들도 떠나갈 듯 웃었으니 재학생들과 한통속이었다.
초등학교 입학식을 하는 날. 꽃다발과 선물을 한아름 안은 어린아이들은 제각각 자기의 이름은 누구며 꿈이 무엇인지를 말했다. 의사, 선생님, 디자이너, 요리사, 소방관, 경찰관 등 익숙한 직업이 나오는 와중에 한 아이는 “저는 스파이더맨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했던 것이다.
순간, 나에게는 두 가지의 생각이 떠올랐다. 먼저 ‘그 아이는 정말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함께 ‘가능성’도 없진 않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먼 옛날 어떤 사람들은 하늘을 날아보고 싶은 꿈이 있었고, 주변의 시선은 까칠했을지라도 오늘날 하늘을 나는 일은 더 이상 꿈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비슷한 사례는 허다하여 지면에 옮기는 것이 식상할 정도다. 과학의 발달은 하나님의 피조물을 좀 더 자세히 그리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물 위를 걷는 사람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유유히 수면을 지면처럼 다니는 소금쟁이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발밑 부분에 기름 성분이 있고 표면장력이 큰 까닭이다. 또한, 보통의 동물이라면 벽면이나 천장에 가만히 붙어 있기도 힘들겠지만, 거미는 자유자재로 이동이 가능하다. 이유는 거미의 발에 있다. 거미는 발에 매우 가는 털들이 빽빽하게 나있다. 이 털의 폭은 머리카락 1,000분의 1 정도이며 이러한 털들이 벽면과 떨어져 있을 때 이들 사이에서 작은 인력이 작용하게 된다. 그래서 거미는 중력에 의해 바닥으로 떨어지려는 힘보다 더 큰 힘이 작용해 벽에 붙어있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사람이 할 수 없는 일들이 작은 생물들에게는 가능한 일이었고, 사람들은 과학의 힘을 빌려 그 원인을 파악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일이 늘 그렇듯이 원인을 파악하면 해결책을 찾기는 쉽다. 따라서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거미의 생태와 유사한 옷을 제작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아마도 스파이더맨이 되고 싶은 아이는 과학기술의 수준에 따라 좀 더 일찍 스파이더맨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좀 더 지체되어 늦은 나이에 자신의 꿈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꿈이 터무니없다고 수군대는 수많은 인생들에 의해 고꾸라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또 하나 든 생각. 의사나 요리사, 디자이너 등이 되고 싶은 아이들의 말은 진심일까? 더러는 진실일지라도 다수는 학부모의 꿈을 대신 말한 것이리라. 그 또래 아이들의 생각은 애니메이션에 매이고 캐릭터에 매여 있다. 우리 집 막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적어내는 항목에 ‘꿈’이 있었다.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묻자 ‘몰라’가 답이었다. 꿈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자기가 잘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말하도록 유도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할 수 없이 내 생각을 아이의 꿈으로 대체해 버렸다. 박근혜 정부가 진로교육을 강조하다 보니 여기저기 꿈과 희망을 묻는 경우가 많다. 겨우 한 자릿수 나이를 가진 아이에게 진로를 따지는 것도 우습고 그것을 막무가내로 적용하겠다는 불굴의 투지에 경의를 표하겠지만 여유를 찾았으면 좋겠다. 
입학식을 순조롭게 마친 후, 꿈꾸는 아이들을 향한 박수와 갈채가 귓전에 스친다. 무엇이 진심이고 무엇이 허위인지는 중요치 않다. 배움의 길에 들어선 아이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아이들이 말하는 내용들을 교육적으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기 바란다.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과 거닐면서 아이와 눈이 맞을 만큼의 높이로 앉아 주변을 돌아보라. 어른들의 살찐 종아리와 씰룩거리는 엉덩이만 보일 수 있겠고 사물의 각도가 달라져 보일 것이다. 내가 평소 거닐며 바라봤던 세계와 아이의 세계는 많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다. 입학식 날, 미래의 스파이더맨에게 힘찬 박수와 함께 가능성을 위해 노력하도록 거들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진희 집사 (장안중앙교회)

잊고 있었다
‘참’을 찾아 제2의 인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