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특별기획

 
작성일 : 15-05-25 20:57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캄보디아를 다녀와서 (1)


단기방학 기간에 모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캄보디아 여행을 했다. 가족 모두가 함께 했으면 좋았겠지만, 여건이 되는 첫째와 둘째 아이만 동행했다. 캄보디아를 선택했던 까닭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앙코르와트’와 ‘킬링필드’라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지역을 답사하고 싶은 열망에서 비롯되었다. 아이들에게는 다른 민족과 접촉하고 이국적인 식생(植生)을 관찰할 산지식의 기회가 될 것이었다.
여행에서의 가장 큰 장애는 가이드(guide)와 4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였다. 원래는 자유여행을 계획했으나 아이들에게는 무리라는 집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더위는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했다. 가이드는 50대(代)로 7년의 가이드 경력과 현지에서 사업토대를 닦아 놓아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자신감이 넘친 것은 그런 연유겠지만 그게 문제였다. 첫날, 버스에 오르자마자 마이크를 잡고 내릴 때까지 쉼 없이 열변을 토해냈다. 내용이 교육적인 것도 아니었다. 자기 자랑과 자신의 역동적인 삶의 이야기였다.
차창 밖은 현지인들의 삶의 이야기가 흐른다. 그 삶은 식생의 다양함이 떠받치고 있다. 버스라는 속도와 공간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차창 밖의 분리된 세계는 찰나(刹那)라도 잔상으로 남아 해석의 여지가 있으며 의미도 있다. 그분은 그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 타인의 말에 눈과 몸짓으로 응대하는 습성이 있는 까닭에 가끔씩 들어주고 공감을 표하곤 했지만, 내내 불편했다. 평소 아이들에게도 화자(話者)의 눈을 보라고 강조한 탓에 아이들은 가이드의 얼굴만 쳐다봤다. 그것이 안타까웠다. 자신을 향하여 말하는 이가 있는데 차창 밖을 응시해도 좋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아이들 교육은 부모나 교사의 일관성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가이드에게 정중히 요청했다. 창밖의 세상이 아이들에게는 신기하며 교육적일 수 있으니 차내에서는 말씀을 줄이고 대신 유적지 등 필요한 곳에서는 아이들에게 상세히 설명해 주시면 고맙겠다는 내용이었다. 여행의 목적은 다양하지만 분명한 것은 가이드의 삶의 이야기는 아닌 까닭이었다. 가이드는 7년 경력에 이런 말을 처음 듣는다고 황당해 하면서도 수긍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4일 내내 그분의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버스로 이동할 경우 주변 환경을 많이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비껴갔다.
가이드는 현지인을 무시하는 언사를 습관적으로 했다. 문제는 현지인 운전기사와 가이드가 어느 정도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라님도 흉보는 세상인데 무슨 대수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대놓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빈국(貧國)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것은 그들의 선택이 아니다. 게다가 국민성을 폄하하는 것은 타당하지도 않다. 우리의 팀은 주로 초등학생들로 구성되었고 나 외의 5명의 엄마로 구성된 교육여행이었다. 캄보디아를 떠올릴 때 아이들은 가이드의 말에 비친 부정적인 국민성을 기억할 것이다. 그것을 교정하는 것은 오로지 부모의 몫이 되었다. 이 두 가지만 아니었다면 최상의 가이드였을 것이다. 아이들이 원하면 자비를 털어 제공해주기도 했고, 둘째 아이의 생일을 알고 케이크를 준비해 축하파티를 열어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유적지 등과 관련해서는 모르는 게 없고 현지에서의 축적된 삶이 입술을 통해 그대로 전달되는 최고의 교사였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힘들어했다. 현지기온이 43도까지 오를 정도였으니 밖에만 나와도 숨이 막혔다. 어느 정도 고생은 각오하라고 말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웅장한 사원들과 아픈 역사가 깃든 장소를 방문하고 설명을 듣는 것도 반감되었다. 학습과 관련해서는 환경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개인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더위라는 환경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다. 캄보디아를 방문하는 한국 여행객이 연간 50만 명 정도라고 하는데 45만 명이 비교적 더위가 덜한 겨울철에 집중되는 이유를 알겠다. 버스 안에서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좋았고 숙소의 안락함과 쾌적함이 좋았다. 행여, 아이들에게 학습 환경보다 학습 의지만 강조한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볼 기회도 되었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진희 집사 (장안중앙교회)

캄보디아를 다녀와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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