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5-03-23 21:00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요시야의 개혁과 근동 제국의 흥망

구약 배경사 산책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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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 하심은 유한한 세속의 물질이라도 언약자손을 영원한 처소로 이끌 선한 도구임을 가르치는 반면,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라는 훈계는 이를 양면의 날로 사용하시는 여호와의 주권성을 드러낸다. 노예를 향한 인도주의적 온정이 해방령의 한 배경이었을 터이나 그 이면에 링컨을 지지했던 북부 공장주들의 저렴한 노동력 수요가 자리했듯, 유사 이래 거개의 전쟁들은 (어떤 거창한 명분의 포장일지라도) 경제적 이해가 근저에 깔려 있었다. 인의로 일관했던 맹자도 고향 산동성 추현으로 물러난 말년에 항산(恒産)의 물적 토대 없는 항심(恒心)이란 결국 신기루임을 밝히지 않았던가. 고대 근동의 허다했던 전쟁 가운데 남유다의 명운을 사실상 결정지은 갈그미스 전쟁 역시 부와 패권을 둘러싼 각축 속에 시리아와 메소포타미아를 잇는 교역과 군사의 요지에서 발발하게 된다.

유프라데스 강 서편 갈그미스(Carchemish)는 히타이트 고대왕국과 신왕국의 연결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로 주전 8세기 말 아시리아 사르곤 2세의 치하에 들어갔다. 640년경 서부 이란에서 이집트에 달하는 광대한 영역의 전성기를 맞은 아시리아는 왕위 계승을 둘러싼 내분과 정복지에 대한 지나친 강압책의 반발로 갑작스레 약화되었고, 625년 신 바벨로니아를 연 나보폴라살이 자그로스 산맥의 산족 메디아와 제휴해 612년 수도 니느웨를 함락시키자 그 잔여세력은 하란으로 도주하게 된다. 이러한 격동기에 아시리아를 완충국으로 두어 바빌로니아를 견제하고 팔레스타인 지역을 장악하려 한 이집트 느고 2세의 북진을 609년 므깃도에서 막아서다 전사했던 이가 므낫세의 손자이자 아몬의 아들인 요시야(640~609)였다.

요시야의 종교 개혁은 급변하는 당대의 국제 정세에 대응한 것으로 아시리아의 약세라는 호기 가운데 실질적 독립을 위한 정치적 포석을 포함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지방 산당의 철폐를 통한 성소의 중앙화 및 이와 연계된 예루살렘 유월절의 철저한 준수는 단순히 왕권 강화와 자립 선포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근본적으로 그가 소망한 존재는 통치 8년에 찾은 다윗의 하나님이었으며, 제의 정화의 기준은 통치 18년 성전 개축 중에 발견된 신명기로 여겨지는 여호와의 율법서였다. 만백성이 언약책의 말씀을 듣도록 한, 혼합적 신앙의 원흉인 선대 이래의 우상들을 과감히 박멸한 그의 행적은 하늘로 오실 그리스도께서 이 땅의 영적 무지와 세속적 타락으로부터 오직 당신의 은혜로 언약 백성을 온전케 하실 사역의 그림자였다.

예레미야가 애도한 마지막 성군의 죽음 이후 유프라테스 강 좌우로 마주한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의 대치는 605년 갈그미스 대전에서 나보폴라살의 황태자이자 총사령관으로 활약한 느부갓네살에 의해 종결된다. 1956년 번역된 605~594년의 바빌로니아 역사를 담은 쐐기문자 연대기를 참조하면 느부갓네살이 이집트 군대를 거의 전멸시켰으나 부왕의 급사로 왕위 승계를 위해 돌아갔다는 기록이 보인다. 전통적인 견해는 갈그미스 승전의 여세를 몰아 시리아 및 팔레스타인까지 점유했던 느부갓네살이 다니엘을 포함한 유다의 귀족 자제들을 사로잡아 귀국한 것으로 간주하며, 이는 앞서 이집트에 포로로 끌려가 사망한 여호아하스의 형, 곧 느고 2세에 의해 여호야김(609~597)으로 개명된 엘리야김 치세 4년의 사건으로 이해된다.

모세의 율법을 힘써 준행한 이가 전에도 후에도 없었다던 의인의 개혁은 다윗의 집에 태어난 이가 벧엘 제단에서 분향하던 산당 제사장들의 뼈를 사르리라(왕상 13:2) 이르신 언약의 이룸이었다. 예루살렘 파멸 전에 숨을 거두어 가신 의인의 요절 또한 훌다에 의해 예언된 여호와의 은총이었으며, 의인의 저항으로 좌절된 느고 2세의 야심 역시 그 도모는 그의 파하신 바가 되리라(사 19:3) 명하신 말씀의 가감 없는 성취였다. 바빌로니아에 의해 소멸된 후 다시는 국가로 일어서지 못한 오리엔트 최초의 통일 제국 아시리아의 역사까지 그들이 반드시 멸절(滅絶)을 당하리라(나 1:12) 선포하신 주권자 살아계심의 강력한 증거였으니, 명멸했던 제국사 기나긴 궤적의 의미는 인간 중심 나라의 유한성을 드러내어 만물의 근원과 존재와 심판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나라의 영원한 영광을 계시하심에 있을 것이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이재규 집사(자유기고가)

남유다의 멸망과 여호와의 은혜
므낫세의 패역과 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