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백성을 복종케 하려면
哀公問曰 何爲則民服
애공문화 하위즉민복
孔子對曰 擧直錯諸枉則民服 擧枉錯諸直則民不服.
공자대왈 거직조저앙즉민복 거왕조저직즉민불복.
논어 위정의 계속이다.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애공이 공자에게 물으면서 말했다.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복종할까요?”
공자가 대답하여 말했다. “바른 사람을 들어 임용하고 모든 굽은 사람을 버리고 쓰지 않으면 백성이 복종을 하고 굽은 사람을 들어 쓰고 모든 바른 사람을 버려두고 쓰지 않으면 백성이 복종하지 않습니다.”
애공은 노나라 왕이다. 이름은 장(蔣)이었다. 애공은 공자에게 어떻게 통치하면 백성들이 자신에게 복종할 수 있을지를 물은 것이었다.
애공의 물음에 공자가 대답한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공자라는 실명으로 기술된 것은 논어를 저술한 자들이 애공에 대한 예를 갖춘 것이다. 공자가 답한 내용은 왕이 정직한 사람을 등용하고 굽은 사람은 버려두어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錯’은 ‘착’으로 읽혀질 때는 ‘어그러지다’, ‘섞이다’의 뜻으로 해석되고, ‘조’로 읽혀질 경우에는 ‘두다’, ‘버려두고 쓰지 아니하다’로 해석된다. 본문에서는 후자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조’가 ‘加’(더하다)의 의미로 해석되어 정직한 자를 들어 써서 굽은 자들 위에 둔다는 뜻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것이 ‘諸’가 ‘저’(어조사)로 읽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諸’는 ‘모두’로 해석되어 ‘모든 굽은 사람’ ‘모든 곧은 사람’으로 번역되고 있다. 즉 왕 자신이 모든 훌륭한 인재를 등용하여 국사를 맡게 하고 모든 불의한 자들은 버려두고 등용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왕을 신뢰해서 마음으로 복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왕이 굽은 사람들을 등용하고 정직한 사람들을 버려두어서 쓰지 않으면 백성들은 그에게 복종하지 않는다. 정직한 자를 좋아하고 굽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세상 사람의 보편적인 인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왕은 세상의 지극한 인정(至情, 지정)을 따라야 한다. 그래야 백성들이 왕에게 복종한다.
왕은 세상의 지극한 인정을 알고 실천하는 도(기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세상의 인정이 잘못되었는데도 바른 기준이 없이 따르려 해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이러한 기준이 없어서 정직한 사람을 굽은 사람이라 하고 굽은 사람을 정직한 사람이라고 잘못을 범하는 자들이 많다. 군자에게 세상의 지극한 인정을 따르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군자가 늘 ‘경건함에 머무는 것’(居敬, 거경)과 ‘이치를 끝까지 연구하는 것’(窮理, 궁리)을 귀하게 여기는 생활을 해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역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복종해 주기를 원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리스도인 부모님들은 특히 자녀들이 자신들의 말에 복종해 주기를 바란다. 이외에도 그리스도인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신뢰하여 그 말에 따라 행동해 주기를 원한다. 목사님이나 장로님들일수록 성도들이 그들의 말에 복종하기를 원한다.
성경은 자신이 대접 받고 싶은 대로 남에게 먼저 대접하라고 가르치고 있다(마 7:12). 예수님은 하늘나라가 세상의 나라와 달라서 지위가 높은 자라도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것이 아니고 그들을 섬기는 것을 법으로 한다고 가르치셨다(마 20:20~28). 동시에 성경은 제일의 계명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고 그와 동시에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마 22:37~40).
그리스도인이 타인의 복종을 원한다면 먼저 이러한 성경말씀에 자신을 복종시켜야 한다. 말씀에 복종하여 그리스도인 자신이 먼저 남을 대접하는 것이다. 말씀에 복종하여 먼저 남을 섬기는 것이다. 그리고 말씀에 복종하여 자신이 먼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행위를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타인에게 기대하는 복종도 이러한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즉 내가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남을 대접했듯이 내 모습을 본 다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대접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내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다른 사람을 섬기듯이 다른 사람도 그렇게 또 다른 사람을 섬기는 것이다.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했듯이 내 모습을 본 다른 사람 역시 하나님을 사랑하고 누군가의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행동해야 할 기준은 성경 전체의 말씀이다. 이 말씀을 온전히 실천하신 분은 예수님이시다. 그러므로 세상을 복종시키기 위해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일은 결국 예수님이 행하신대로 본받아 실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예수님의 행위를 본받아 실천하는 것 외에 달리 다른 사람을 복종시킬 방법이 없다. 아니 복종하기를 원할 자격이 없고 그럴 마음조차 가질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이 하고 안 하고는 성령의 역사하심에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말씀을 기준(도)으로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남을 대접하고 섬기며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사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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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문태순 (교육학 박사 백석대 전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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