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8-01-09 22:49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어진 이가 예를 지킬 수 있다


논어 제3장 「팔일(八佾)」이다. 그 해석은 다음과 같다.
“공자가 계씨에게 말했다. 팔일(춤의 일종)을 (당신의) 뜰 안에서 추는 것을 용납했다면 무엇인들 용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세 집안(계손, 숙손, 맹손)이 ‘옹’(장)으로 마쳤다. (이에) 공자가 ‘제후들이 도와주고 천자는 엄숙히 계신다’라고 하면서 어떻게 세 집안이 각자의 집으로 가져다가 쓰는가라고 하였다.”
“공자가 말했다. 사람으로서 인하지 못하면 그 예가 어떠하겠으며 사람으로서 인하지 못하면 그 음악은 어떠하겠는가?”

계씨는 노나라 삼환(경) 가운데 하나인 계손(季孫)씨 가문이다. 노나라에는 이외에도 숙손(叔孫)씨와 맹손(孟孫)씨가 있었는데 이 세 집안이 모두 노나라 환공의 후손이어서 삼환(三桓)이라 하기도 하였다. ‘팔’은 숫자이고 ‘일’은 춤추는 열(列, 줄)이다. 천자는 제사나 행사에서 8줄로 서서 춤을 추게 할 수 있었다. 제후는 6열, 대부는 4열이었다. 계씨는 대부이기에 4줄로 춤을 추게 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8줄로 추게 한 것이다. 그는 대부였음에도 불구하고 천자의 지위를 스스로 칭하여 8줄의 춤을 추게 했던 것이다. 공자는 이러한 무례함에 대하여 가차 없이 계씨를 비난하고 있다.

천자의 지위를 스스로 칭한 자는 계씨만이 아니었다. 숙손씨와 맹손씨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가묘 제사를 마치면서 ‘옹’을 노래하게 하였다. 옹은 시경에 있는 한 편명(篇名)인데, 천자가 종묘 제사를 마치고 나면 이 ‘옹’장을 노래하면서 제기 등을 거두는 것이 관례였다. 제후들은 천자의 종묘 제사를 도와주었고, 천자는 이 종묘 제사가 진행되는 동안 소인배처럼 울거나 하는 것이 아니고 엄숙한 위엄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삼환의 세 집안이 모두 ‘옹’을 노래하면서 제사를 마쳤던 것이다. 그들이 천자의 지위를 참용한 것이다.

공자는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사람이 인(仁)하지 않으면 도대체 예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님을 우려하였다. 음악도 사람이 인하지 않으면 음악다운 음악일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공자의 비판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암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재물이든 직장이든 자녀이든 친구든 모든 것들은 그 또는 그녀가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섬기도록 하기 위한 것들이다. 더욱이 그리스도인은 경이나 대부가 아니라 청지기이거나 종이다. 자신에게 부여된 어떤 것도 자기를 위한 소유가 될 수 없으며 그조차도 임시사용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몸까지도 하나님께 드리는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목회자들에게 있어서 성도들이 드리는 기도와 찬양, 헌금이나 십일조, 인간인 목사에게 보내는 존경과 감사의 마음 등의 일체 역시 전적으로 하나님을 위한 것이다. 목회자들은 이 모든 것들을 하나님의 허락하심에 맞게, 그리고 모든 성도에게 은혜로울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배분하고 사용해야 한다.

어진 이가 예를 지킬 수 있다. 공자에게 인(仁)이란 하늘이 사람에게 부여한 본성이었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섬길 수 있는 자가 사람다운 사람이다. 하나님으로부터 인정된 본성을 지닌 자들에게서만 하나님은 하나님이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나님을 하나님이시게 할 수 있겠는가.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섬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하는 예배나 찬양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한의 선한 그리스도인들이여! 무술년 새해에는 믿는 자의 본분을 잊지 말고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합당한 생활을 살아가 보자. 하나님을 온전히 하나님으로 섬기자. 도대체 선한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섬기며 살아가지 않는다면 우리의 예배와 기도와 찬양, 우리의 재물과 직위와 명예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문태순 (교육학 박사 백석대 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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