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사람됨의 기준
사람됨의 기준
有子曰: 其爲人也 孝弟而好犯上者鮮矣.
유자왈 기위인야효제, 이호범상자선의.
不好犯上而好作亂者 未之有也.
불호범상이호작난자 미지유야
君子務本 本立而道生, 孝弟也者 其爲人之本與.
군자무본 본립이도생, 효제야자 기위인지본여
위의 글은 논어 학이편의 두 번째 내용이다.
“유자가 말했다. 그 사람됨이 효도하고 사랑(우애)하면서 윗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는 자는 거의 없다. 윗사람을 범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데 난(무질서함)을 일으키기를 좋아하는 자는 없다. 군자는 근본에 힘써야 한다. 그래서 근본이 서게 되면 도(길)가 생겨난다. 효도하고 사랑하는 것이야 말로 사람됨의 근본인 것이다.”
유자는 본명은 유약(有若, B.C. 518-457)으로 공자보다 33년 늦게 태어났다. 지난 호에서 확인했듯이 논어의 첫 글은 공자의 언설인 “학이시습지불역열호……”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는 곧 바로 논어에서 처음 출전하고 있는 제자가 유약이다.
지난 호에서 살펴본 대로 공자는 배우고 끝없이 익혀가다 보면 즐거움을 얻게 된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친구와 더불어 도를 논하면서 즐거움을 누려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또한 이렇게 배우면서 도를 찾아 나선 사람들과 즐겁게 살아가는 자신을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화내지 않는 것이 군자의 길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공자의 말을 제자인 유약이 이어받아서 그러한 군자가 누구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일단 공자는 먼저 군자가 어떤 인물인지를 제자들에게 말해주었다. 그러자 제일 먼저 대표적으로 유약이 군자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제시한다. 공자보다 33년 뒤에 태어난 그는 군자의 모습에서 효도하고 사랑하는 것이 사람됨의 기준이라고 본 것이다. 이런 사람은 윗사람에게 효도하고 사랑하는 근본을 어기면서 이 근본을 어지럽히지 않는다. 유자는 그런 인물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는 군자라면 이러한 근본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아마도 유약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서 이렇게 효와 제라는 근본에 힘쓸 때 모든 인생살이의 원리가 드러나는 것으로 본 것 같다. 그에게 군자는 효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며 이것이야 말로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근본 도리였던 것이다.
논어는 공자가 죽은 이후에 제자들이 모여서 공자의 가르침을 정리한 책이라 하더라도 틀리지 않는다. 논어의 주인공인 공자는 고금의 유학자들 사이에서 공자가 최고의 실천자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자의 제자는 3천명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공문십철(孔門十哲)은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덕행이 뛰어난 안연(顔淵), 민자건(閔子騫), 염백우(冉伯牛), 중궁(仲弓), 언변으로 뛰어난 재아(宰我)와 자공(子貢), 정사에 뛰어난 염유(冉有)와 자로(子路), 그리고 문학에 뛰어난 자유(子游)와 자하(子夏)(『논어』 「선진」)가 있다.
그런 인물들 중에 한 사람으로서 문학에 뛰어난 유자(B.C 518-457, ‘유약’(有若)이라고도 하고 ‘子游’라고도 한다)가 스승의 첫 가르침에 응대하는 최초의 제자로 출전하고 있다. 아마도 제자들의 공론에 의해서 스승 공자의 ‘학이시습’, ‘유붕자원방래’, ‘인부지불온’의 가르침에 대하여 최고 최적의 대답이 유자의 것으로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본문이 그리스도인에게 주고 있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첫째로 사람됨의 기준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그리스도인다움의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효의 마음과 사랑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선한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나님께 효도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헌금을 많이 하고 주일 출석을 열심히 하고 등은 그 다음의 문제다. 이런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 죄를 저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율례와 법도를 범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둘째로 한국의 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근본에 힘쓸 것을 가르쳐준다. 효와 제는 최첨단의 과학시대이자 처절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어떤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 의미 있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게 근본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에게 근본은 무엇보다도 창조의 하나님(창1:1)과 태초에 계신 말씀(요1:1)이다.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과 부활의 삶 또한 그리스도인의 근본이다. 선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근본을 바르게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선한 그리스도인에게 그가 살아가야 할 인생길이 훤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리스도인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할 때 그 길은 더욱 편안하고 즐거운 길이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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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문태순 교육학 박사 백석대 전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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