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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작성일 : 13-10-19 15:03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절대자(絶對者)에서 ‘절대기계(絶對機械)’인 미디어로 !

성경신학적 관점에서 본 니체 이후의 현대철학 〈77〉


“나는 나의 상(像)이 언제나 (심층의) ‘나’와 일치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프랑크 하르트만, 『미디어철학』, 이상엽 외, 서울: 북코리아, 2008, 266쪽. * 이하 10장과 11장 참조.

현대 프랑스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Roland Gerard Barthes, 1915~1980)의 말이다. 자아의 심층적 본질은 없다는 말이다. 간단히 말하면, 나 자신의 정체성을 보증할만한 내면적 본질은 없다. 오히려 이러한 실존이 자기 본질을 만들어 낸다. 다시 말해 인간의 본질이란 현재의 요구에 따라 조작된 허구다. 그렇다면 지금-현재-이러한 모습의 자신은 신뢰할만한 존재인가? 미디어의 지배 아래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나란 존재는 절대로 신뢰할 수도 없으며, 신뢰해서도 안 된다. 
인간의 삶에 유익함을 더해주는 정보들을 수용하고 저장하는 일은 첨단화되고 있는 기계와 기구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로써 “현실지각의 주권자”(290)로서 행세했던 불변의 주체도 죽어버렸다. 수용된 지식의 진정성도 사유의 반성으로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 구동력의 처리 속도와 그 결과물에 의존한다. 인간 주체의 권한이 박탈되는 것을 대가로 기계는 인간에게 필요한 지식을 공급해준다. 미디어시대의 문화는, 이런 점에서, 비관적 태도를 넘어 주체성의 완전한 포기를 선언한다.   
현대인의 정신문화를 지배하는 미디어의 특성을 “산업적인 디오니소스적 컬트”(292)라고 한다. 디오니소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의 욕망과 충동을 상징하는 잡신이다. 현대의 미디어 산업은 이러한 인간의 욕망과 충동을 지배하는 디오스소스 숭배를 자기 지배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인간의 모든 충동을 실제로 현실화 할 수 있다는 것을 인간에게 부추기며, 그러한 미디어 아트에 몰입하고 열광하게 하며, 나아가 매사 미디어 숭배와 열광으로 몰아가는 행태를 조장한다. 기계가 절대적인 존재 곧 신이 되어 마약 주사 바늘처럼 인간의 육체에 반복해서 정보를 주입하는 상황이 확산되고 있다.
인간의 오각에 퍼붓는 산업적 미디어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어쩌면 현대인들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쉽게 그것을 사악한 지배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기에는 미디어의 외관이 너무나 친절한 길잡이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종말을 예고하는 수많은 경고등이 보이지만 종말적 실재를 부인하려고 한다. 아니, 부인하지 않아도 될 만큼 또 다른 위안거리로 거듭 속인다. 이와 같이 현대 미디어는 영상들의 과잉생산을 통해 계획적인 우민화와 종속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상상의 세계에나 존재한다고 여겼던 ‘팬텀’(phantom)을 마음껏 조작하고 나아가 실재처럼 형상화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미디어는 영원불변의 진리라고 확신했던 그 원본(‘성경’)을 가능하게 하는 곳 곧 모체(matrix)가 바로 기계적 미디어의 조작능력에 달려있다고 단정한다. 신적 계시에 의한 문자 기록으로 진리를 기록하여 전달하려고 하지 말고 손쉽게 그것도 원하는 만큼, 의도한 것보다 더 확실한 것을 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미디어 시대는, 기계와 기술의 특성상, 바로 ‘유일하고 완전한 하나의 절대기계’(306)라는 이상적 상태를 만들고자 한다. 이상적 상태가 된다는 말은 다름 아니라 물질이든 정신이든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활동을 자신 안에서 융합시켜 재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현대 미디어는 하나의 절대적인 커뮤니케이션 코드를 누가 장악하느냐를 두고 혈투를 벌인다.
이러한 시대적 징후는 절대자인 ‘신 죽음’의 필연적 결과이지만, 이러한 현상의 한 가운데 우리는 다시 한 번 기록된 성경의 진리를 멸시하는 자들에 내려진 하나님의 심판을 보게 된다.

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에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케 하여 그들이 서로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여호와께서 (……) 땅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였으므로 그 이름을 바벨이라 불렀으며, 그곳으로부터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다.
(창세기 11장 7, 9절/바른성경)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미디어 기술 시대의 인간 : 허섭스레기 파편!
현대 미디어의 사명: 원본(原本) 없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