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3-12-03 20:39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저자(著者)’의 탄생: 저작권(著作權) 반란!

성경신학적 관점에서 본 니체 이후의 현대철학 〈79〉


근대란 주체의 탄생 시대라고 한다. 생각의 원천과 기준이 바로 인간 자신이라는 말이다. 인간이 스스로 한다고 여기는 생각 즉 반성적 능력이 모든 지식과 진리의 척도가 된다. 전통과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존재의 근거를 자신의 이성적 판단에서 찾아야 한다. 중세 가톨릭의 교황 권위도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의 성경 권위도 모두 자아 성숙을 위해서 제일 먼저 경계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근대 주체의 탄생 배경이 된다.
수학적 사고로 대표되는 합리적 이성 혹은 주체는 자신의 세계에 대해 단순히 서술만 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세계와 사건에 창조력을 불어넣는 주인이 되라고 촉구한다. 이러한 경향 이후 일반적으로 ‘현대적’이라는 수식어는 인간의 합리성이 당대에 가장 적합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며 그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담아놓은 수식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자신들에게 보이는 세계는 신의 능력을 선포하는 창조의 결과가 아니라, 보편적 이성의 역사적 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개발하여 이성의 왕국인 신세계를 만들기 위해 사용해야 할 질료(質料, material)다.
이리하여 기존의 최고 권위였던 ‘성경’은 더 이상 근대인들이 원했던 신세계 건설에 요긴한 설계도나 현장 매뉴얼이 될 수 없었다. 근대의 이성적 주체가 원하는 새로운 도면과 왕국 건설 지침서가 필요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바로 이성적 주체에 의해 씌어지고 출판업과 함께 폭발적으로 늘어난 사건이 있다. 다름 아닌 ‘책’의 등장이다. 이 경우 책은 근대적 이성 주체가 요구하는 사회에 철저하게 부합하는 결과물이다. 나아가 근대의 책들은 기존의 종교적 권위가 주도했던 것을 극복하고, 세계와 자아를 연결시켜주는 유일한 매개(media) 혹은 중보자(仲保者, mediator)가 된다. 이성 곧 합리적 지성이 필요로 하는 자기 구원을 실현해 줄 ‘메시아’가 된 셈이다.
인간의 이성에는 순수한 정신이 존재하며 이것은 모든 합리적 사유를 발생하도록 하는 내재적 능력이다. 이 능력의 구체적인 결과가 지식과 진리의 매개라고 불리는 ‘책’으로 존재한다. 책의 저자가 바로 이성적 자아가 되도록 한 데카르트는 당시 ‘신성로마제국’(‘신의 나라’임을 자부했던 나라가 망한 것이다!)의 붕괴를 초래한 30년 전쟁 이후의 혼란스러운 상황, 불확실한 미래를 고민하며, 일견 사치스러운 지적 유희와도 같은 수학적 사고에 바탕을 더욱 공고히 하려고 했다. 그 결과는 이성의 확실성 혹은 자아의 명증성이라는 놀라운 개가를 부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
수학적 진리 혹은 합리적 지식의 모두 가능성의 원천이 인간 자신의 의식과 판단의 결과라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그는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에 합당할지도 모른다. 합리적 이성을 영원히 출생하겠다는 데카르트의 욕망처럼, 이후 이성의 요구에 만족할만한 응답으로서 책 출판문화는 융성하게 일어났으며 근대의 지성을 정점에 올려놓을 만큼 결정적인 토대로 자리를 잡는다.
책의 일관성은 이성의 명증성과 보편적 이성의 통일성을 반영한다고 말하기에 충분한 것처럼 보였다. 천국으로 가는 지도인 ‘성경’보다 신대륙을 알려주는 다양한 출판물들 가령 세계 지도, 항해도, 별자리의 도표 등이 바로 인간들이 원하는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는 ‘보물지도’ 자체가 되었다. 물론 이러한 성과는 순수한 인간 지성의 독자적인 공로임에 틀림없다고 믿었을 터!
근대철학의 아버지, 순수지성으로서 이성의 확실성 혹은 책의 진정한 저자는 ‘자아의 주체성’을 확신하도록 한 데카르트, 그는 분명 모든 ‘현대인들’의 아버지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또한 그가 보여준 가장 분명한 공로는 ‘성경’을 내려놓고 자신의 책을 자신의 생각으로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저『방법서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만약에 내가 나의 고향과 나의 책에서 멀리 떠나지 않았었다면, 나는 더욱 더 성공했을 것이다.”쪹프랑크 하르트만, 『미디어철학』, 이상엽 외, 서울: 북코리아, 2008, 57쪽 재인용
간단히 말해, 성경을 하루바삐 내려놓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는 것이다 ! 
데카르트 이후의 근대 및 현대의 유럽 지성사 아니 현대의 지성사가 어떤 과정이었는지 다음과 같은 사도 요한의 기록으로 평가하면 무리일런지 !

“만일 누구든지 이 예언의 책의 말씀들에서 삭제하면, 하나님께서 이 책에 기록되어 있는 생명나무와 거룩한 성에 참여할 그의 몫을 없애 버리실 것이다.” (계 22:19/바른성경)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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