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4-05-16 23:08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지성인의 마지막 양심: 쓰레기 분리 수거


현대의 지성 세계를 정의할 때 우리는 니체의 개념 ‘허무주의’를 결코 지나칠 수 없다. 허무주의(虛無主義, nihilism)란 지금까지 최고의 유일한 가치로 인정받았던 것들(예를 들면, 절대자 신, 인간 내면의 자아 혹은 역사의 발전 등)이 더 이상 쓸모없게 된 시대를 규정하는 말이다. 이런 의미를 가장 잘 반영하는 말이 바로 니체의 ‘신이 죽었다’는 말이다. 곧 지금까지 불변의 가치로 믿었던 신(神)이 더 이상 신 노릇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처럼 허무주의란 현대의 그럴듯한 모든 이념들을 근본적으로 부정한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니체는 시대를 이끌어 가는 정신적 개념들이 뒤집어지는 시대(허무주의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을 100여 년 전에 예고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이제 더 이상 ‘삶의 의미’ 혹은 ‘삶의 목표’를 찾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허무하다’는 말은 더 심각한 상황을 반영한다.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분명한 지식이나 대상이 있다는 말을 믿지 말라는 경고와 아우성이 담겨있다. 인류의 구원을 섭리한다고 했던 ‘신’이나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만의 고유성’이나 ‘역사의 발전’ 등을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정보들에 대해 어떠한 구매 비용도 지불하지 말라는 것이다.
거창한 지식이라고 불리던 것들에 대한 폐기 처분의 당위성에 대해, 현대 언어 철학의 거장이라고 하는 비트겐슈타인은 “마법에 걸린 우리의 지성” ?프랑크 하르트만, 『미디어철학』, 이상엽 외, 서울: 북코리아, 2008, 181쪽. 이라고 말한다. 언어를 더 세련되게 만들고 표현을 수학의 방정식처럼 정교하게 만들어 보려는 시도는 인류의 정신 발전이 아니라 터무니없는 허튼 소리, 넌센스(nonsense)라고 지적한다. 거창한 말로 언어 게임에 몰두했던 형이상학 중심의 서양 정신 역사 혹은 지성의 역사는 ‘철학의 스캔들’에 불과했다. 지식의 확대와 확산은 진리 전달의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가장 추악한 소문들을 퍼뜨리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스캔들을 주도했던 자들이 형이상학자들, 신학자들 그리고 윤리학자들이었다. 이들은 그럴듯한 언어로 있지도 않은 환상의 세계를 마치 실재하는 진리처럼 전파했던 전위대들이다. 니체의 말대로 모든 것은 편견의 연속이었으며 결함 없는 순수 진리를 표방한 것들은 거짓과 오류의 바벨탑이었다. 모든 것들을 갈아엎거나 폐기처분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고층빌딩을 무조건 폭파하면 그 피해가 더 큰 것처럼, 허구로 세워놓은 거대한 탑을 일순간에 폐기처분하기에는 피해도 걱정스럽고 처리비용마저도 만만치 않다. 한 마디로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여 잘 버려야 하는 큰 과제에 직면해 있다. 
현대의 지식인에게 남은 실천은 허구를 조장했던 ‘커다란 거짓 이야기’(이를 ‘거대담론’이라고 한다)들을 피해 없이 해체하는 것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과제다. 그리고 기존의 개념을 유지하거나 강조하면 더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무엇인가 새로운 지식을 운운하며 진리에 관심 있는 듯한 요량을 보이면 보일수록, 이는 시대를 다시 한 번 거짓의 늪으로 밀어 넣는 꼴이 될 것이다. 속죄의 기회는 영원히 사라져 버리고 말 것이다!
지금부터 약 3백여 년 전에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 1646~1716)는 모든 인류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같은 기호로 만들어진 전 인류의 보편문법’을 만들고자 했다. 합리적 이성을 공유하는 수준 높은 발전된 인류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전제했을 것이다. 그러나 처리하기도 힘들고 그 분리 수거비와 철거 비용마저도 어마어마한 현재의 지식 쓰레기 더미를 앞에 놓고 본다면, 못다 이룬 라이프니츠의 꿈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인이 만나는 것은 공동체를 위한 보편적 진리가 아니라 공공의 골칫거리, 지식의 허섭스레기 더미뿐이다. 이제 온갖 지식 쓰레기의 청소부로서 일익을 담당하길 소원한다.                 

               
  4 우리 싸움의 무기는 육체에 속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견고한 성을 무너뜨리는 강력한 무기이다. 우리는 헛된 사상들을 파괴하고, 5 하나님의 지식을 대적하여 높아진 것을 모두 파괴하고, 모든 생각을 사로 잡아 그리스도께 순종하게 한다. 6 너희의 순종이 온전하게 될 때에는, 우리가 모든 불순종을 처벌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후 10:4~6/바른성경)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성경의 완전성과 서구 지성의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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