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시와 서와 예를 지키는 것
子所雅言,詩、書、執禮,皆雅言也。
자소아언 시 서 집례, 개아언야.
논어 술이편의 계속이다. 그 해석은 다음과 같다.
“공자가 늘 말한 것은 시와 서와 예를 지키는 것이니, 이것들은 모두 늘 말하는 것이었다.”
‘아(雅)’는 ‘언제나’(常)이다. ‘집(執)’은 ‘지키다’(守)이다. 시로써 정과 (본)성을 다스리고, 서로써 정사(세상사)를 말하고, 예로써 삼가서 절문(예의 규범)들을 지킨다.(詩以理情性,書以道政事,禮以謹節文). 이것들은 모두 날마다 실제로 사용하는 간절한 세상일들이다. 그래서 언제나 하는 말(常言)을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예에 대해서는 잡아서 지켜야 한다고 하였는데 그것은 사람들이 반드시 예를 붙잡아 지켜야 하는 것을 강조하여 말하기 위해서다. 사람이 단순히 암송하고 입으로 떠들기만 하는 것으로는 예를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자(程子)는 공자가 이렇게 말한 것에 대해 만약에 그가 본성과 천도를 말한다면 중인들은 그것을 알아들을 수가 없기에 오히려 이렇게 묵묵히 터득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이해하였다. 한편 사씨(謝氏)는 이 말이 공자가 주역을 배우는 것과 관련하여 같은 종류의 말을 기록한 것으로 이해하였다(此因學易之語而類記之。차인학지어이유기지).
이미 언급했듯이 주역이라는 책은 그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오늘에조차도 점을 치는 책으로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공자는 주역이 점치는 책으로만 인식되는 것을 경계하였다. 그가 주역을 풀어 해석하였던 계사전(繫辭傳)은 특히 이 주역이 점치는 책으로만 있을 수 없는 사상적 의의를 밝혀주고 있다. 주역은 명백히 하늘과 땅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하는 것임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 삼재(하늘, 땅, 사람)의 조화로운 변화를 살피고 흉한 일이 일어나든 길한 일이 일어나든 언제나 하늘과 땅과 사람의 덕(자연적 이치와 본성을 따름)으로써 이에 대처해 갈 것을 주역이 제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자가 시와 서와 집례를 말한 것은 대단한 의의가 있다. 시(詩)는 괴로웠던 일이나 슬펐던 일을 경험하고 이를 극복하였거나 실패했을 때의 상황을 시인이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면서 정미한 말로 정제하여 그려내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64괘의 변화의 우주질서를 주역을 통해 경험하고서 마침내는 이렇게 하나의 시로 요약하는 삶이 되어야 함을 교훈한 것이다. 서(書)는 그 내용을 잘 풀어서 설명하는 글을 작성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주역을 공부하는 사람은 최후로 예(자연의 질서, 사람 관계의 질서)를 지킬 것까지 가르친 것이었다.
사실 시와 서와 집례는 주역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소위 고전의 경전 어느 책을 공부하든지 감정을 추스르며 정리하고 그 내용을 잘 이해하고 풀어 쓰며 거기에 담겨 있는 사상이나 이상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공자가 주역을 예로 들어 이렇게 설명한 것은 주역이 모든 경전 중에 으뜸으로 여겨지며 거기에 최고의 성인들의 사상이 담겨 있다고 인정되는 데서 연유한 것 같다. 즉, 아무리 고상한 책을 읽고 해석하고 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그 요약된 이치를 따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하려는 것이었다.
성경은 진리의 책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이 말씀을 잘 이해하고 심적으로 동의하고, 나아가 논리적으로 신학적으로 체계를 세워 이치에 맞게 간결하게 정리해 내는 것도 의의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으로만 만족하며 그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은 성경을 읽는 참 목적에 부합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성경을 읽고 연구하는 목적은 그 이치 곧 하나님의 뜻을 깨달아 그 뜻을 따르며 이루어드리는 데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찾는 자, 곧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그의 자녀가 된 자는 그렇지 않던 이전의 자기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그래서 그 동일한 사람이 하나님을 찾아 알고 믿은 후에 하는 말이나 감정은 하나님의 그 뜻에 종속되어서 그 자체의 의의를 지닐 수 없게 된다. 사람이 하나님의 사람(자녀)이 되어 행할 때 그(녀)의 감정과 글쓰기와 말씀대로 살기는 세속의 것을 넘어서는 것이다. 사람이 성경을 읽고 믿고 실천한다면 그(녀)는 진리를 느끼는 사람이 되고, 진리를 이해하며 체계화하는 사람이 되고, 진리를 따라 사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이 하나님의 뜻을 마음으로 느끼는 사람이며, 그것을 자신의 삶 속에서 체계화하면서 하나님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이다.
대한의 참 그리스도인들이여. 진리의 말씀을 읽고 깨닫고 느끼며, 그것을 조직화하고 체계화하여서 자신의 삶 속에 적응하여,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신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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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문태순 (교육학 박사 백석대 전임교수) |
예수에 대한 속물적 평전인 슈트라우스의 『예수 평전』 |
쉰여섯.기독교 국가로서 칭기즈칸과 초기 몽골 제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