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계시의 비밀
칼 바르트의 『교회교의학』 I/2, § 15. 계시의 비밀(Das Geheimnis der Offenbarung). 신준호 역(KD I/2., 134-221, GG., 158-259, CD., 122-202)
예수 그리스도 안의 하나님의 계시의 비밀은 영원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인간적 본질과 현존재를 선택하고, 거룩하게 하시고, 취하셔서 자신과 하나 된 존재로 만드셨다는 사실에 놓여 있다. 그렇게 하신 것은 참 하나님과 참 사람으로서 스스로 인간에게 선포되는 화해의 말씀이 되시기 위함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안에서 계시되는 이러한 비밀의 표징은 그분의 탄생의 기적이다: 그분은 성령으로 잉태되셨으며,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탄생하셨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일어난 하나님의 계시는, 하나님의 영원한 말씀이 참 하나님과 참 인간으로서 하나님에 의해 인간에게 선포된 화해의 말씀이 되기 위해 인간적인 본질을 선택하고 거룩하게 하고 취함으로써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에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안에서 계시된 이러한 신비의 표징은 그의 탄생의 기적, 곧 그가 성령에 의해 잉태되었고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났다는 사실이다(이신건 번역).
Das Geheimnis der Offenbarung Gottes ist Jesus Christus besteht darin, daß das ewige Wort Gottes menschliches Wesen und Dasein erwählt, geheiligt und angenommen hat zum Einssein mit sich selber, um so, als wahrer Gott und wahrer Mensch, das von Gott zu den Menschen gesprochene Wort der Versöhnung zu werden. Das Zeichen dieses in der Auferstehung Jesu Christi offenbarten Geheimnisses ist das Wunder seiner Geburt: daß er empfangen ist vom Heiligen Geist, geboren aus Maria der Jungfrau.
§15. The Mystery of Revelation
The mystery of the revelation of God in Jesus Christ consists in the fact that the eternal Word of God chose, sanctified and assumed human nature and existence into oneness with Himself, in order, thus, as very God and very man, to become the Word of reconciliation spoken by God to man. The sign of this mystery revealed in the resurrection of Jesus Christ is the miracle of His birth, that He was conceived by the Holy Spirit, born of the Virgin Mary.
연역(deduction)과 귀납(induction)은 신학에서 생소하지만, 학문 진술을 위해서 필수적인 기법이다. 전제와 결론의 일반성과 특수성(또는 그 역)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다. 반틸 박사는 바르트와 전제가 다르다고 대립하며 전제주의(pre-suppositional)를 세웠다. 바르트는 위의 문장을 귀납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반틸 박사는 연역으로 대치한 것이다. 바르트는 계시의 비밀에서 성령 잉태와 동정녀 탄생으로 귀결시켰다. 바르트는 참 하나님과 참 사람(very God and very man)의 칼케돈 신경(451년) 문장을 해석하려는 시도이다.
귀납에도 전제가 있는데, 바르트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하나님의 계시의 비밀이 있다”는 전제를 제시했다. 그 전제의 귀결이 성령 잉태와 동정녀 마리아 탄생이다(He was conceived by the Holy Spirit, born of the Virgin Mary). 그렇기 때문에 벌코프 박사는 바르트가 성령 잉태, 동정녀 마리아 출생에 대해서 인정한다고 제시했다. 전제를 파악했다면 그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신학 구도를 파악했다면 그런 판단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님 이해에서 한 곳에 오류가 있으면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앞에서 자세하게 설명되었다고 생각한다. 합당한 성육신 교리가 있다면 정통 신학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바르트처럼 성육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한 신학자가 많지 않다. 그 성육신 교리가 정통 신학과 동일하다면 바르트의 신학은 신정통주의가 아니라 정통주의가 되어야 한다. 성육신은 기독교 신학의 놀람점, 타우마제인(Taumazein)이다. 어거스틴은 성육신의 신비를 o felix culpa(오 복된 죄여)라고 고백했다.
서철원 박사는 성육신의 동인은 “죄”이고, 성육신하신 주께서 구속사역을 하심으로, 바르트는 “화해의 말씀이 되기 위함”에서 “성육신”으로 제시했다. 바르트 신학의 특징은 죄를 구속(救贖)하는 방식이 정통 기독교 방식과 같지 않은 것이다. 바르트에게 성령 잉태, 마리아 동정녀 탄생이 있다고 하는데, 죄 사함의 속죄제사의 방식이 아닌 참 하나님과 참 사람의 화해가 일어나게 하는 일자(一者)로 제시하려는 것이다.
“영원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인간적 본질과 현존재를 선택하고(menschliches Wesen und Dasein erwählt), 거룩하게 하시고, 취하셔서 자신과 하나 된 존재로 만드셨다는 사실에 놓여 있다” 이 문장은 바르트의 고유한 사상이 담겨 있다. 첫째, 영원한 신의 말씀(das ewige Wort Gottes)이다. 바르트에게 신은 칸트적 개념이기 때문에 불가지론적이다. 하나님의 실체적 존재가 아닌 말씀으로 존재한다. 김성삼 박사는 바르트의 신 이해를 행동 안에 있는 신(God's Being in Act)이라고 제시했다(참고, Gottes Sein in der Tat, 『교회교의학』 II/1, § 28, 자유 속에서 사랑하는 자로서의 신 존재, 1. 행위 속에 신 존재). 바르트는 신이 영원한 존재가 아니라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이다. 통상 조직신학에서 신의 비공유적 속성은 무한성(영원성, 편재성), 자존성, 불변성, 유일성(단순성)이다. 바르트에게는 삼위일체의 구원협약이 불가능하다. 서철원 박사는 바르트가 삼위일체는 아버지와 아들 간의 협정이라면 두 신(神)을 성정하기 때문에 이신론(二神論, Duotheismus)이 되어 우상숭배가 된다고 주장한 것을 밝혔다(서철원, 『그리스도론』, 42: KD., IV/1, 69). 둘째, 그 말씀이 인간적 본질과 현존재를 선택했다는 것은 성육신에 대한 정통적인 방식과 다른 체계이다. 하르트만은 현존재(Dasein)을 존재계기(Dasein as 'Seinsmomente' of Hartmann)로 연결했다. 하르트만은 인간 존재(Sein im Seienden)를 Seinsmomente(존재계기), Seinsweise(존재방식), Seinsmodi(존재양상), 삼중적으로 제시했다. 바르트는 한 인간을 선택한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성육신하신 방식을 말하지 않는다.
선택한 이유는 “참 하나님과 참 사람으로서 스스로 인간에게 선포되는 화해의 말씀이 되시기 위함이다”으로 제시했다. 참 하나님과 참 사람에 대해서 바르트가 의미를 부여했다. 참 하나님과 참 사람은 의미가 아닌 믿음의 고백이다. 참 하나님과 참 사람은 의미로 정립되어 파악될 수 있는 문장이 아니다. 바르트는 그 문장의 의미를 규정했다. 정통 문장의 의미를 규정했기 때문에 신정통주의가 된다. 신정통주의는 정통주의와 전혀 다른 체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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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고경태 목사 (주님의교회 / 형람서원) 이메일 : ktyhbg@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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