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시골에서 자란 분들은 ‘마중물’에 대한 기억이 있다. 펌프에 물이 말라 있으면 아무리 펌프질을 열심히 해도 물이 올라 오지 않는다. 그때 부엌에 들어가 큰 항아리에서 한 바가지의 물을 퍼다 펌프에 붓고 다시 열심히 펌프질을 하면 거짓말같이 물이 콸콸 쏟아지기 시작한다. 일단 물이 쏟아지면 그 다음부터 무한정으로 물을 퍼 올릴 수가 있다. 그 한 바가지의 물을 ‘마중물’이라고 부른다.
인도에 있는 우리 임마누엘교회와 성도들을 나는 종종 ‘마중물’이라고 부른다. 우리 교회는 보편적으로 가고 있는 한국교회에 거의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성공, 축복, 번영... 백 명에서 오백 명 그리고 천명 그리고 다시 만명을 향해...교회당 짓고, 교육관 짓고 그리고 지방에 넓은 땅을 사서 수양관을 향해...
우리 교회는 교역자 사례비와 교회세 그리고 기본적인 운영비 외에 모든 헌금을 선교비로 쓰고 있다. 자체 교회당도 없고 아직 지을 생각도 안 하고 있다. 그나마 기적같이 인도 현지 교회당 한 층을 한인교회 전용예배당으로 십 칠년 째 주인처럼 쓰고 있다. 델리 전 시내에 몇 개 밖에 없는 건물과 주차장이 딸린 현지 교회를 그렇게 오랫 동안 쓰고 있다는 것은 모두 가 기적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 교회를 ‘마중물’이라고 부른다.
마중물을 십 여년 동안 붓고 요즘 펌프질을 하고 있다. 제법 물이 올라 오고 있는 감이 손에 느껴진다. 생각지도 못한 땅들이 생겼다. 인재를 양성하는 두란노 아카데미 센타 건축을 잘 하면 이 달에 착공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지 152평에 연건평 320평 센타를 지으려 한다.
북인도 히말라야 산자락인 휴양과 교육의 도시 ‘데라둔’ 별장지대에 200평 부지도 생겼다. 때가 되면 그곳에 ‘현지목회자 훈련센타’를 지으려 한다.
감사한 것은 비하르주의 수도 파트나에 일 만평 대지가 생겨 최근에 교회 법인명의로 등기 이전을 마쳤다. 그곳에 영어로 교육하는 초,중고등학교와 병원 그리고 가나안 농군학교를 시작해 지역 사회를 개발하고 교회도 설립할 예정이다.
며칠 후에 교회 선교부 임원들과 현지를 방문하여 사업계획을 세우려고 한다. 앞으로 직업학교와 기독교 대학 설립 준비를 염두에 두고 몇 만평의 땅을 더 구입하려고 한다.
처음부터 우리에게는 ‘마중물’ 밖에 없었다. 이제 더 이상 부을 물이 없다. 그래서인지 손에 물이 올라오는 감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