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갑(甲)질의 쟁점
갑을(甲乙)관계는 권리나 직무 그리고 직종 등에서 갑이 을보다 상대적으로 우위를 지니고 있는 관계를 말한다. ‘갑질’은 이러한 관계를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제멋대로 요구하거나 행동하는 것이다. 갑질이란 단어는 2013년 이후 우리 사회(인터넷)에 표출된 신조어이다. 사회적인 용어로 사용된 것은 불과 약 5년 정도이다. 이 갑질은 상대적인 관계에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가 형성되고부터 바로 존재했을 것이다. 해가 거듭되어 2018년 가을에는 이 문제로 우리 사회는 더 시끄럽다. 특히 직장생활에서 많이 나타나며 문제시되고 있다. 갑질은 주변에서 아주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실례로써 들추기보다 원인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갑질의 본질이나 의미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갑(甲)자 뒤에 붙은 “-질”이 사용되는 경우를 국어사전에서 인용한다. ① 되풀이되는 동작이나 행동임을 나타낸다(걸레질, 딸꾹질). ② 일정한 직업이나 노릇을 나타낸다(바느질, 목수질). ③ (옳지 않은) 어떤 짓임을 나타낸다(강도질, 서방질). ④ 신체를 이용한 어떤 행위를 나타낸다(곁눈질, 손가락질).
이 중에서 갑질은 세 번째의 경우와 가장 밀접할 것이다. 그것은 사회의 정의(正義)를 실현하고자 함에 가장 저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갑질을 두고 밖으로만 눈을 돌려 비난과 비판에만 집중한다면 그 해결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갑질은 정의(right)와 깊이 관련되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 바로 ‘정의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본질에 바탕을 두고 활발하게 논의되고 토론됨으로써, 점진적으로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통하여 먼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갑질을 바라보는 시각 중에서 그것이 발생하는 원인에 중점을 두고 몇 가지로 분석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독선(獨善) 의식이다. 사회생활을 통하여 더욱 배우고 자라고 싶은 희망을 품지 않는 사람은 이미 자기 자신을 성숙하고 완성된 사람으로 착각한다. 이 착각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우리 사회는 함께 보고 있다. 대형 사건이 일어나면 그 사건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 일에 겁겁할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이 옳고 다른 사람의 관점이나 견해는 자기 본인보다 훨씬 못하다고 쉽게 생각하기 쉽다. 자기 자신의 견해나 생각이 다른 사람보다 더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집단이나 사회는 논의나 토론을 통하여 소통되기가 쉽지 않게 된다. 갑을관계가 존재하는 그 사실의 중요성을 깨달아가고 더군다나 감격해 할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진다면, 그 삶의 현장을 통해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배울 것이다. 그 소중함이 사람 자체에 있지 않겠는가?
둘째, 주종관계이다. 인간사회에서 주종관계는 봉건족인 사회에서 존재하였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평등은 얼마나 소중한가? 위의 ‘독선 의식’이 갑질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면, ‘주종관계’는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쉽게 생겨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정상의 원인으로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누구나 남을 다스리고 지배하고자 하는 근성이 있기 때문에 함께 일을 하거나 갑을관계가 형성되면 자기 본인이 크게 자각하지 못하고 쉽게 주인 노릇을 하게 된다. 여기서의 주인 노릇은 상대방에 대해서 인격적으로나 물리적인 측면 전체에 해당한다. 남에게 지배받고 있다는 굴욕감은 반감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 주종관계가 갑질에서 가장 중요하게 대두될 수 있다.
셋째, 책임 소재이다. 이 ‘책임의 소재’는 갑질에서 결과적인 원인에 해당한다. 어떤 문제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허다하게 을(乙)에 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떠맡는다. 법적인 책임을 져야 되는 경우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갑질에서 책임을 떠맡기는 것은 참으로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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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근호 목사 (중어중문학박사) 이메일 : yan825@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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