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병이어 기적(奇蹟)과 나사렛 예수의 정체(正體)(Ⅱ)
<지난 호에 이어서>
IV. 생명의 떡
예수께서 광야에서 군중들에게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키신 것은 단지 육신의 허기를 면케 하여 주고자 함이 아니라 이들에게 하나님이 주시는 생명의 떡을 먹어야 한다는 영적 가르침을 주시기 위해서였다. 예수는 가버나움 회당에서(요 6:59) 오병이어 기적의 진정한 의미를 군중들에게 가르치신다: “썩을 양식을 위하여 일하지 말고 영생하도록 있는 양식을 위하여 하라 이 양식은 인자가 너희에게 주리니 인자는 아버지 하나님께서 인치신 자니라”(요 6:27). “나는 생명의 떡이니 내게 오는 자는 결코 주리지 아니할 터이요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요 6:35).
나사렛 예수는 그의 본성에 있어서 태초의 말씀(요 1:1)이었다. 이 말씀은 생명의 말씀이요, 사람들의 영혼이 매일 먹고 살아야 하는 영적 말씀이다. 그러므로 예수는 자신이 “생명의 떡(ἄρτος τῆς ζωῆς, bread of life)”이라고 말하신 것이다. 여기서 생명은 물리적 생명(bios)이 아니라 영적 생명이다. 물리적 생명은 어느 순간 배터리(battery)처럼 그 능력을 상실하고 쇠퇴하고 사라지나 영적 생명(zoe, spiritual life)은 하나님에 의존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영원한 생명이다. 예수는 창세기가 증언하는 에덴동산에서 하나님이 아담과 하와더러 임의로 따먹으라고 허락하신 생명나무 실과이다. 이 생명나무는 인간의 타락과 함께 없어졌다가 요한계시록 22장에 새 하늘과 새 땅이 이루어지면서 다시 나타난다: “또 그가 수정 같이 맑은 생명수의 강을 내게 보이니 하나님과 및 어린 양의 보좌로부터 나와서, 길 가운데로 흐르더라. 강 좌우에 생명나무가 있어 열 두 가지 열매를 맺되 달마다 그 열매를 맺고 그 나무 잎사귀들은 만국을 치료하기 위하여 있더라”(계 22:1-2). 요한이 본 생명수 강(the river of water of life)은 영생하시는 하나님과 어린 양의 보좌로부터 나온다. 하나님, 성자 예수 그리고 성령이 영원한 생명이시니 그의 보좌로부터 나오는 생명수는 마시는 자마다 영생을 얻는 생명수다.
V. 예수를 육신의 관점에서만 아는 군중
예수는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떡이요, 세상 사람들이 먹고 영생하는 떡이라는 사실을 증언하신다: “내가 곧 생명의 떡이니라. 너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어도 죽었거니와 이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떡이니 사람으로 하여금 먹고 죽지 아니하게 하는 것이니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떡이니 사람이 이 떡을 먹으면 영생하리라 내가 줄 떡은 곧 세상의 생명을 위한 내 살이니라 하시니라“(요 6:48-51).
그러나 군중들은 예수가 하신 말씀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 예수가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떡”이라 하시므로 유대인들은 예수에 대하여 수군거린다”(요 6:41). 이들은 예수의 말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 말한다: “이는 요셉의 아들 예수가 아니냐. 그 부모를 우리가 아는데 자기가 지금 어찌하여 하늘에서 내려왔다 하느냐”(요 6:42). 그러므로 유대인들은 서로 다투어 말한다: “이 사람이 어찌 능히 자기 살을 우리에게 주어 먹게 하겠느냐”(요 6:52). 제자 중 여럿이 듣고 말한다: “이 말씀은 어렵도다. 누가 들을 수 있느냐”(요 6:60). 예수께서 스스로 제자들이 이 말씀에 대하여 수군거리는 줄 아시고 말씀하신다: “이 말이 너희에게 걸림이 되느냐”(요 6:61). 복음서 저자 요한은 이러한 예수의 영적인 설교 때문에 많은 제자들이 예수를 이해하지 못하고 떠나갔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 때부터 그의 제자 중에서 많은 사람이 떠나가고 다시 그와 함께 다니지 아니하더라”(요 6:66). 예수를 단지 정치적인 메시아로 보고 그를 추종하였던 제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예수를 떠나갔다.
VI. 나의 살을 먹고 나의 피를 마시라: 성만찬을 통한 신비적 연합의 진리
예수는 사람의 영혼이 먹고 영생을 얻는 생명의 떡에 관하여 증거하신다. 그리고 이 떡은 바로 자신이라고 말하신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떡이니 사람이 이 떡을 먹으면 영생하리라. 내가 줄 떡은 곧 세상의 생명을 위한 내 살이니라 하시니라”(요 6:51). 사람들이 이 말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것을 보시고 예수는 다시 말씀하신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인자의 살을 먹지 아니하고 인자의 피를 마시지 아니하면 너희 속에 생명이 없느니라”(요 6:53).
“인자의 살과 인자의 피”란 역사적 예수의 십자가 죽음이 가져다준 대속(代贖)의 진리를 통해서만 이해되어질 수 있다. 예수의 십자가 죽음이란 단지 당시 유대 종교 지도자들에 의하여 고발되고 로마 총독에 의하여 사형이 집행된 정치적 범죄 내지 유대종교 지도자들이 명목으로 씌운 신성모독죄에 대한 종교적 형벌로 보아서는 안 된다. 하나님은 제도종교가 초래한 무죄한 예수의 죽음을 모든 사람의 속죄를 위한 제물로 받아주셨다. 이것은 하나님의 오묘하신 구속의 섭리다. 복음서 저자 사도 요한은 예수 자신이 증거하신 자신의 죽음이 지니는 대속의 의미를 우리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다시 살리리니, 내 살은 참된 양식이요 내 피는 참된 음료로다”(요 6:54-55). 이 말씀은 초대교회가 지어낸 말이 아니라 역사적 예수의 말씀이다. 오늘날까지 기독교는 예수의 말씀에 따라서 교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일 년에 4번 또는 매월 한 번씩 성만찬을 집행하면서 이 예수의 죽음을 기념하고 있다. 단지 기념이 아니라 성만찬을 통하여 예수와의 신비적 연합(unio mystica)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신비로운 연합은 오늘도 성령 안에서 그의 내주하심을 경험하는 모든 신자들이 성만찬에 참여함으로써 그들의 마음속에서 영적인 임재(spiritual presence)의 사건으로 재현되고 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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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영한 (기독교학술원장 / 숭실대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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